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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Aug 04. 2022

조울증은 극복했지만, 아직 나의 삶을 찾지 못했다

절반의 행복, 절반의 불행


스물한 살 때 조울증에 걸렸고, 조울증을 극복하기까지 이십 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고, 올해 나는 마흔셋이다.


조울증은 극복했지만, 아직 나는 행복하지 않다. 조울증으로 방황하는 동안 2030 청춘을 잃어버렸고, 아직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지 못하다.


재취업을 하여 돈을 벌고 있어서, 그래서 더 행복해진 부분도 있고, 그래서 더 불행해진 부분도 있다.


돈 안 벌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싶다.


돈은 일단 한 달 벌어 우리 세 식구 한 달 먹고 살 정도면 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갈 때 시간이 흐른 후에 내가 기대하는 수입은 지금 일이 잘 되었을 때 기대하는 수입보다 많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현실을 도외시하고, 지금 일을 놓을 수는 없다. 그러기에 나는 어른이 되었고, 나에게 입을 벌리고 있는 아내 엠마와 아들 요한이가 있다.


물론, 아내랑 아들과 더 행복하게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가족 친화적인 일을 하며 먹고살기 위해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


더도 덜도 말고 지금 회사에 내년 2023년 말일까지만 꽉 채워 다니고, 2024년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으로 밥벌이가 되었으면 한다.


조울증은 극복했지만, 조울증 20년 동안 내 청춘과 인생을 잃어버렸고, 아직 나는 내 삶을 찾지 못하고, 다른 이들의 삶과 성공을 도와주며 먹고 산다.


꿈보다 중요한 것은 밥이다. 사람은 밥을 먹고사는 것이지, 꿈을 먹고살 수 없다. 그러나, 꿈 없이 밥만 먹고사는 사람은 공허하고, 꿈이 있으나 밥 때문에 꿈을 따라 살 수 없는 사람은 괴롭다. 낮에는 밥벌이를 하며 밤에는 꿈을 꾸는 사람은 고단하다. 꿈이 밥이 되는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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