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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Aug 10. 2022

글이 써지는 시간과 글쓰기 바람직한 시간 사이


글 쓰기 바람직한 시간은 주로 전철을 간혹 버스를 타고 가는 출퇴근 길이다. 바람직한 시간이 그렇다는 것이지, 출근길에는 내내 졸고 가다 다 와서야 잠에 깨고, 퇴근길에는 그날의 스트레스를 유튜브와 넷플릭스 시청으로 풀며 온다. 퇴근길 교보문고로 살짝 빠져 구매한 책을 읽거나, 구독한 밀리의 서재를 읽으며 오기도 한다.


가능한 퇴근길에 글을 쓰려고 하는데, 글이라는 게 아무 떼나 어디서나 오는 게 아니다. 내가 부를 데 오는 게 아니라, 지가 오고 싶을 때 오는 게 글이다. 글을 쓸 만하면 집 근처 역에 도착하여, 영감이 떠 오른 글의 주제와 내용만 간단히 메모로 남겨둔다.


집에 와서는 밥을 먹고, 아들과 아내와 시간을 보내주어야 한다. 생각은 글쓰기에 가 있는데, 형식적으로 아이와 아내와 함께 하는 시늉만 하니, 글도 쓸 수 없으면서 아내를 화나게 한다.


그러다 보면 글 쓰기 가장 좋은 시간은, 아이 재우고 아내가 필요로 하는 대화를 마친 후, 하루의 가장 마지막 시간이다. 그런데 그 시간은 또 내일을 위해 자야 할 시간이다.


자야 할 시간에는 대체로 자고 싶지 않고, 일어나야 할 시간에는 대체로 일어나고 싶지 않은 법이다.


글을 쓰기 가장 좋은 시간은 하루의 가장 마지막 시간이지만, 그것도 날이면 날마다는 아니다. 내가 피곤하여 내 눈꺼풀이 무거워지면 글보다 잠이 급하다.


문제는, 내가 글을 쓰기 가장 좋은 그 시간에, 아내는 나의 건강을 위해 내가 자기를 바란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회사에서는 스트레스 안 받고 즐겁게 일하고, 집에서는 아내와 아들과 시간을 보내고, 출퇴근 길 전철과 버스에서 글 쓰는 게 가장 바람직한데, 항상 글 쓰기 바람직한 시간과 글이 가장 잘 써지는 시간은 어긋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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