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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Aug 11. 2022

당장 때려치우고 싶지만, 때려치울 수가 없을 때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하루 종일 '힘들다. 힘들다. 힘들다.' 생각했다. 특별히 힘든 일은 없었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대개는 육체적 한계 아니라, 정신적인 스트레스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주관적이기도 하고, 한 번 '힘들다' 생각이 들면 그 생각이 하루 종일 내 뇌 안을 맴돈다.


나는 회사와는 안 맞는 사람이다. 우리 회사를 특정 하여가 아니라, 나란 사람은 그 어떤 회사도 다니기 어려운 사람이다. 회사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상관없이, 나는 절대로 회사에 다녀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스물한 살 나는 절대로 군대에 가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내가 미쳐 돌아버릴 것만 같다. 물론 있어서는 안 되는 곳에 있고, 감당할 수 없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간다.


그냥, 이번 주까지만 회사 다니고, 다 때려치우고 집에서 글 쓰면 3개월이면 책 한 권 쓰고, 6개월이면 그 책이 출간이 되고, 일 년이면 책 한 권 쓰면 백만 권 정도 팔리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돼지 싶었다. 생각은 너무 쉽다. 세상이 그렇게 쉬운 내 생각처럼 돌아갈지는 해 봐야 한다.


누가 그랬다. 성공을 하게 하는 원동력은 '근거 있는 자신감'이 아니라,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성공할만한 '근거 있는 자신감'을 원래부터 가진 사람은 거의 없다고. '근거 없는 자신감'에 자신을 던졌을 때, 무지개를 잡을 수 있다.


그냥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모든 것을 걸면, 금방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텐데, 나는 그럴 수가 없다. 내 곁에는 아내 에미마와 아들 요한이가 있다.


결정적으로 나는 조울증을 극복했고, 더 이상 조울증 환자가 아니다. 더 이상 요양하듯 살 수는 없다. 나와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한 무게만큼의 스트레스는 감당할 수 없어도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돌아 버리겠다.


나는 이미 조울증을 극복했고, 더 이상 조울증 환자가 아니며, 나와 가족의 삶의 무게를 짊어지어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 이대로 평생을 살고 싶지는 않다. 지금 이대로 삶이 오래가서는 안 된다. 더도 덜도 말고 딱 내년 2023년까지만 지금 이대로 가고, 2024년부터는 내 길을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이라도 용기 있게 모든 것을 내려놓으면, 바로 세상은 나를 위해 다른 길을 열어 줄 것 같은데, 지금 나는 그런 선택을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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