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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Aug 28. 2022

예쁘고 귀여운 막 돌 아들 요한이도 내 마음 같지 않다

지 쪼대로 산다


아들 요한이. 동네 어린이집 나와서, 동네 초중고를 다니고, 전철로 한 정거장 성균관대 자연과학 캠퍼스에 진학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반도체나 의대 같이 너무 골 아픈 과 전공하지 말고, 컴퓨터 소프트웨어 정도 전공했으면 좋겠다 싶었다. 동네에서 초중고를 나와서, 자라난 동네 가까운 대학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하고, 그 대학에서 교수하며 총장도 한 번 하고 정년퇴직하고, 퇴직 후에 태어나 자란 지역구의 시장 한 번 하고, 용 꿈 한 번 꿔 보고, 손주들 보며 노년을 마감했으면 좋겠다 싶었다.


지 인생 지가 사는 것이지만, 지 생각이 자리잡기 까지, 아빠가 가이드가 되어주면 좋지 싶었다. 좋지 싶었는데...


9월이면 돌이 되는 아들 요한이는 예쁘고 귀엽다. 예쁘고 귀여운데... 음... 항상 내 마음 같지는 않다. 다른 아기들과 비교해도 성품이 기본적으로 착하고 안정되기는 한데. 벌써부터 항상 내 마음 같지는 않다.


벌써부터 지 쪼대로 산다. 내가 우리 부모님께 그러했듯이.


지금은 아들이 이렇게 살면 좋지 않을까 하는 가이드라인들을 내 마음과 뇌 속에서 지웠다. 지 인생 지가 사는 거지. 남이 만들어준 설계대로 살다가, 나중에 내가 하고 싶은 게 생겼는데, 너무 멀리 와 있으면 힘들다. 물론, 내가 진짜 하고 싶은지는 세월이 지나 봐야 알기도 하고, 인생유전을 겪으며 바뀌기도 한다. 다만,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뭔지를 탐구하며 도전할 수 있다면 좋겠다.


아들이 뭐가 되기를 더 이상 바라지 않는다. 다만 나는 아들 요한이의 인생을 기대한다. 내 아들이라서도 그렇지만, 미래가 기대된다. 미래야 확정되지 않고 가봐야 알겠지만 말이다.


곁에서 아들의 인생을 지켜보고, 아들 앞에 나타나는 장애물로부터 지켜주고 싶다.


나는 믿는다. 아들이 이렇게 되면 좋지 않을까 그려본 내 청사진보다, 아들 요한이 안에 있는 꿈과 비전이 더 찬란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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