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각성한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였다. 지금 꾸는 작가의 꿈이 시작한 것은 2015년 봄이었고, 2008년 봄에도한 번꾸었던 작가의 꿈은 소멸되었었다. 꿈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내가 사랑하는 여신과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려면 작가가 되어야 하나 생각이 들었던 것은 2006년이었고, 자발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한 것은 그보다도 훨씬 더 오래전 일이었다.
본격적인 글쓰기는 2019년 여름 블로그에서였고, 2020년 10월 10개월 도전 끝에 12번 떨어지고 13번째 브런치 작가가 된 후에는 브런치에 글을 써 왔다. 이제는 브런치에 글을 쓰는데, 블로그에는 무얼 써야 할지가 애매해졌다. 나의 블로그가 방황하기 시작했다. 전에는 나의 블로그 카테고리가 '일상 생각'이었는데, 브런치를 쓰면서 주제가 겹쳐 블로그의 힘이 빠졌다. 이제는 글을 쓰기 위한 글은 브런치에 쓰고, 언젠가 광고수익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블로그를 놓지 못하고 있는데, '일상 생각' 카테고리로는 광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인플루언서 블로거가 되기 어렵다.
독서 블로그를 하기에는 그렇게 많은 독서를 주기적으로 할 형편이 되지 않는다. 여행 블로그를 해 보려 했는데, 그럴 경제적 시간적 형편도 되지 않는다.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 인스타 페이스북 등을 둘러보니, 나의 SNS는 모두 요한이 이야기로 도배되어 있다.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노는 것이 육아 아닌가?
'일상 생각' 블로그가 어제는 '여행' 블로그가 되었고, 오늘부터는 '육아' 블로그가 될 예정이다.
누가 그랬더라. 브런치는 1일 1글이 좋고, 블로그는 1일 3글이 좋다고. 나는 이를 바꾸기로 했다. 브런치는 주기에 구애받지 않고 글이 나오는 대로 쓰고, 블로그는 1일 1글을 목표로 쉬엄쉬엄 쓰기로.
요즘에는 퇴근해 밥 먹고 내가 아들을 데리고 들어와 불을 끄고 재운다. 재우려 노력하면 놀자는 줄 알고, 엄마가 할 일 다 마치고 한숨 돌리고 방에 들어올 때까지 안 자고 캄캄한 방을 잘도 돌아다닌다. 내가 베개에 기대어 스마트폰을 켜고 글을 쓰니, 아들 요한이가 내 품으로 들어와 잠깐 폰 화면을 들여다보다가, 내 팔에 머리를 묻고 잠에 들었다.
아가가 내 곁에 와서 내 팔에 스스로 머리를 묻게 하는 것은 나와 아내의 같은 이상인데, 그 이상을 현실이 되게 하는 엄마의 방법과 아빠의 방법이 항상 같지 않다.
나는 침대 베개에 기대어 스마트폰 화면의 조도를 낮추고 브런치에 글을 쓰고, 나의 아가는 내 품에 들어와 내 팔에 기대어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