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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Nov 02. 2020

오늘 떠난 당신을 이해합니다

남아 있는 분들에게는 위로가 있기를 소망합니다.

스마트폰 브런치 앱으로 다른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을 보고 있었다. 네이버 블로그 앱의 푸시 알림이 떴다. 나의 서로이웃이 올린 글에 대한 알림이었다. 폰 상단의 알림창을 쓰윽 내려 블로그 포스팅 글의 제목을 확인했다.


고 박지선 웃음의 바다에서 쉬시길


'어, 고 박지선이면 그 박지선?'


개그우먼 박지선이 오늘 어머니와 함께 세상을 등졌다. 오랜 기간 동안의 피부질환이 PTSD 수준으로 괴롭혔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온다. 유서 같은 메모가 하나 발견되었다는데, 유가족이 공개를 반대하고 있어서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스물한 살 군대에서 어느 날 갑자기 조울증이 나를 찾아왔다. 그 전에는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없었는데, 그 이후로는 수도 없이 세상을 떠나는 생각이 나에게로 들어 왔다. 덤프트럭이 나를 받아 주어 세상을 떠나게 해주기를 바란 적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 세상을 떠나려고 다 정리하고 가출하여 집을 나온 적이 몇 번 있는데, 성격이 모질지 못하고 독하지 못해서 대부분 시도까지 가지는 않았다. 오늘 세상을 떠야지 하고 집을 나온 모든 사람이 세상을 뜨는 것은 아니다. 떠나야지 하는 결단을 한 모든 이가 행동까지 가는 것은 아니다.


딱 한 번 행동으로 옮겨 본 적이 있다. 우울증 증상인 것은 맞는데, 마음이 슬픈 그런 우울증은 아니었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근무하던 학교 책상에는 업무가 쌓여 있고, 그 다음 날 수업이 여러 개 줄줄히 있었는데 수업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었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나는 손까딱 할 힘 조차 남아있지 않아 그 일들을 처리할 수 없었다고 생각했다. 실제 시행은 했기는 했는데, 내 성격이 모질지 못해서 세상을 떠나지는 못했다.


나는 박지선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살아가는 것은 고통이다.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세상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어온다. 그 마음이 한 번 들어오면, 그 마음을 떠나 보내기가 쉽지 않다. 스물 한 살 전에는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조울증이 나를 찾아온 그 이후에는 수도 없이 그런 생각에 사로 잡혀 살았다. 아내와 결혼 후에 그런 생각이 나로부터 완전히 떠나갔다. 지금은 오직 살고 싶은 마음만 든다.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는 것 외에는 크게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들이 나를 떠나 버렸다.


그런 생각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다.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내 마음 속에 훅 들어 온다. 한 번 훅 들어온다고 실행에 옮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마음이 계속 마음을 떠나지 않고 사로 잡는다. 참 안타깝다. 좋은 사람이었는데. 열심히 살았던 사람인데. 행복하게 더 잘 살았어야 했던 사람이었는데. 박지선의 팬까지는 아니었지만, 빛났던 그녀였는데...


세상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그 마음, 그 외에는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고 생각했을 그 마음에 대해서 이해한다. 그 선택의 옳고 그름에 대해서는 논하고 싶지 않다. 나는 정신과 의사 선생님도 아니고, 목사님도 아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지는 않다. 오늘 세상을 떠난 박지선과 같은 마음을 과거 수도 없이 가졌던 사람으로서, 오늘은 그 마음을 그저 이해해 주고 싶다.


물론 이해는 남아 있는 자들에게나 의미가 있는 것이지, 떠난 사람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 세상을 떠난 모녀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고, 세상에 남아 있어 평생 이 일을 마음에 묻고 살아가야 할 가족과 이웃들에게도 위로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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