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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로 여행

아내랑 아들이 좋아할 만한 곳으로 여행을 다닌다

지금 나의 세상의 중심은 아내 에미마와 아들 요한이다

by 최다함


금요일이 아내 에미마의 생일이다. 같은 회사 다른 직원들처럼 한 달에 한 번 월차를 내고 쉰다. 다만 나는 연중무휴인 사업장의 청소와 분리수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한 일이 아닌 이상 월요일과 금요일을 피해서 쉰다. 그런 이유로 월요일 금요일을 피하고, 아내가 줌으로 한국어 강의를 듣는 화요일 목요일을 피해서, 수요일 하루 월차를 내고 여행을 다녀왔다.


처음에는 부산 여행을 가려했다. 아내 에미마가 네팔에서 들어 알고 있던 한국의 도시가 서울 부산 대구였다. 서울은 자주 가고, 대구는 막내 고모가 살고 계셔서 언제든 마음먹으면 갈 수 있고, 부산 여행 가는 것이 아내의 버킷리스트 1호다. 그래서 이번 아내 생일 즈음해서 부산을 가기로 했었는데, 10월인가 남이섬 여행 후 아내가 부산에 안 간다 했다. 이제 춥다 어쩌다 그랬는데, 그게 이유는 아니었다. 내가 아직은 호텔에서 1박할 여유는 되지 않으니, 이른 아침 SRT 타고 부산역에 가서, 쏘카 빌려서 돌아다니면서 밥 먹고 차 마시고 오자고 했더니, 그러려면 부산 갈 필요 없다는 게 아내 에미마의 생각이었다. 그러면 싸고 괜찮은 호텔 알아보자고 했는데, 천사 아내가 한 번 마음을 정하면 쇠고집이다. 부산은 내년 5월에 가기로 했다.



그래서 결국 이번 아내의 생일을 즈음해서 어디로 여행을 갔냐면 충주로 갔다. 충주 노은면에 비채커피라고 멋진 카페가 있는 것을 인스타그램으로 보아 알고 있었다. 비채커피 브랜드는 오래전 나와 인연이 있었던 충주 노은면의 명상치유센터 깊은산속옹달샘이랑 관련이 있는 커피 브랜드였는데, 역시나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카페다. 이번 여행은 명상센터 옹달샘에 가기 위한 여행은 아니었다. 원포인트로 잔디 마당이 좋은 카페 비채커피에 가기 위한 여행이었다.



차로 드라이브하여 충주에 가서 원포인트로 어느 멋진 카페에서 커피 마시고 오는 여행이었다. 집에서 9시 30분 출발이 예정이었는데, 아기와 함께하는 여행이 늘 그렇듯이 10시에 출발하였고, 12시에 충주 노은면의 장어 집에서 장어구이를 먹었다. 카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인근에 있는 명상센터 옹달샘에 잠깐 들렸다. 어머니께 충주에 간다고 하니, 옹달샘 안 기념품 샵에서 그릇 하나 사와라 해서 갔는데, 옹달샘에서 대안학교를 한다더니 기념품 샵이 대안학교 시설이 되어 있었다. 대신, 옹달샘 산책을 하고 돌아왔다.



우리집 차가 생기고 우리 가족 첫 여행이었던 지난 남이섬 여행 때 얻은 교훈이 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아무 좋은 여행지라도 밥부터 먹었야 한다. 남이섬 여행 때 집에서 10시 반에 출발해서 3시 반에 남이섬 선착장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에서 밥을 먹었어야 했는데 내가 밥은 섬에 들어가서 먹을까 하는 바람에 4시 이후에야 밥을 먹게 되었다. 그것도 우리가 가려던 식당은 식재료가 떨어져 다른 식당에 가야 했으니, 즐거웠지만 배고팠던 여행이었다.


장어집에 가서 장어구이를 시켰다. 식당 인테리어가 사진 찍기에 딱 좋은 포토존이었다. 장어집 직원이 장어구이의 가격만큼이나 과하게 친절했다.


장어를 잘게 잘라서, 밥이랑 계란찜이랑 집에서 가져간 연두부랑 섞어서, 요한이 입에 먼저 넣어준다. 에미마는 요한이 입에 넣어주고, 나는 에미마 잎에 넣어준다. 식당에 가면 아내는 요한이를 먼저 먹이고, 나는 에미마 입에 넣어주면서 서둘러 밥을 먹고, 역할을 교대하거나 계산하고 요한이 데리고 밖에 나간다.



하루 연차 내고 충주 카페까지 가서 별 걸 한 것은 아니다. 잔디 마당에서 요한이랑 놀다가, 커피 주문하고 나오는 동안 사진 찍고, 전망 좋은 2층에 올라가 커피 마시고 사진 찍었다. 에미마 혼자 차 마시며 쉴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요한이랑 2층 테라스 잔디로 나왔다.


2층 테라스 잔디 위 산책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면 유리집이 있다. 앨리스앤피터라고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공간이다. 독립서점이면서, 여러 가지 팔고, 밑에 카페와는 다른 종류의 차를 판다. 밑의 카페 왔다가 그냥 둘러만 보아도 된다. 아내의 지갑을 여는 아이템 몇 개가 있었다. 나는 요한이랑 작은 공간을 걸었다.



오래전 인연이 있었던 인근의 명상치유센터 깊은산속옹달샘에 갈 생각은 그다지 없었다. 근처에 왔으니 굳이 안 갈 이유도 없었다. 어머니께서 충주 가면 옹달샘 가서 그릇 하나 사 오라 해서 갔다.


옹달샘도 많이 달라져 기념품 파는 샵이 대안학교 시설로 바뀌었다. 기왕 온 김에 요한이 산책을 시켜주고 사진을 찍었다. 토끼장이 있었는데 요한이의 시선을 끌었다.


월컴센터와 카페에서 몇몇 직원들과 마주쳤는데 모르는 스태프들이었다. 사무실에 들어가면 아는 척할 수 있는 스태프들이 있을 텐데, 굳이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중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불러주면 그곳에서 강사로 강연을 하거나, 내 돈 내고 옹달샘에 아내랑 아들이랑 숙박하고, 나는 아들이랑 놀고 아내는 프로그램에 들여보내고 싶다.



아침 10시에 집을 나서서, 저녁 6시 집에 들어왔다. 충주에 가서 대단한 것을 한 것은 아니다.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잠깐 가볍게 걷다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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