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사진 원포인트 레슨 2회 차야외 출사가 있어 덕수궁에 다녀왔다. 센터 직원과 레슨 참가자가 모델이 되었다. 맨 위 사진은 내가 모델이 되어 찍힌 사진이고, 나머지는 내가 찍은 사진이다.
덕수궁에서의 사진 레슨을 마치고 근처 할리스커피에 갔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셨다.
"에미마, 오빠 두 시간 동안 밖에서 사진 찍느라 추워서 카페에 들어와 커피 한 잔 마시고 있어.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서 이제 전화 안 될 거야. 빨리 갈게."
커피를 마시고 시청역에서 바로 전철을 타는 대신 광화문 교보문고로 향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특별히 살 책이 있어서 서점에 갔던 것은 아니고, 마침 조금만 걸으면 광화문 교보문고라, 아무 책이나 한 권 사러 들렸다.
김달 작가의 에세이집 『︎사랑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를 샀다. 내가 에세이를 쓰는지라 책을 사게 되면 주로 에세이를 산다. 에세이 매대에서 이 책이 나의 눈길을 끌었지만 이 책을 사 말아 고민하고 있었다.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가 내가 서 있는 매대로 왔다. 남자가 여자에게 "김달 이 작가 엄청 유명한 사람이야." 말했다. 김달 작가 이름은 전에 많이 보고 들은 낯익은 작가이지만, 김달 이름 두 자 외에는 아무것도 아는 정보가 없는 낯선 작가이기도 했다. 살까 말까 망설이다 옆에서 그 작가 이야기를 하니 지름신이 강령하여 질렀다.
교보문고를 나와 길을 걸으며 책을 읽다 종각역에서 전철을 탈 때 1% 배터리만 남긴 핸드폰으로 아내의 전화가 왔다. "오빠, 어디야?" 서점에서 결제 문자를 보고 내가 어디로 샜나 싶어서 전화를 했나." 싶었다. "요 근처에 서점이 있어서 들렸다 책 샀어." 이 말을 마치자마자 스마트폰이 꺼졌다.
집에 오니 아내가 화가 나 있었다. 책을 사서 화가 난 게 아니라, 오다가 피자 사 오라고 전화를 했는데 전화가 끊어져서 화가 났다. "지금 나가서 사 올게." "빨리 사와." 아내가 지금이라도 나가서 사 오라는 것은, 화가 많이 나지 않았다는 의미와, 진짜 피자를 먹고 싶었다는 의미, 두 가지 의미다. "도미노는 비싸고. 화서역 피자스쿨 만 원짜리 사 올까?" "비싼 거 말고. 싼 거 말고. 다른 거. 오빠 알아서 사 와." 알아서 사 오라는 게 가장 어려웠다. 내가 아는 피자집은 도미노와 피자스쿨 밖에 없었다.
하나 있기는 했다.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동네 피자집이다. 프랜차이즈이기는 한데, 유명한 프랜차이즈는 아니고, 현재 전국에 스무 개 정도 있는 프랜차이즈다. 기름 쭉 뺀 수타피자로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프랜차이즈다.
항상 그곳을 지나며 그 피자집을 보면서도 단 한 번도 거기 피자를 먹지 않았던 것은 장사가 되나 싶을 정도로 장사가 되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이다. 두 부부가 앉아서 세월만 죽이는 그런 피자집의 이미지였다.
도미노랑 피자스쿨 사이 고민하다 동네 피자집을 찾게 된 것은 같은 이유에서였다. 내가 동네 피자집에 파리만 날리는 것을 본 세월도 까마득한데 동네 피자집에 불이 꺼지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은 최소한 한 가족의 생계가 유지될 그 이상으로는 장사가 되는 집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상태를 보고 평소와는 전혀 상반된 확신이 들었다. 나중에 네이버 검색을 해 본 결과 동네 피자 맛집이었다. 배달 위주 동네 피자집이 어느 정도 고객을 확보한 맛집이라면 내외부 인테리어가 허술해서는 안 될 이유는 없었다.
피자가 맛있었다. 내 입이야 세상에는 맛있는 피자와 맛없는 피자 둘 밖에 없어서 대부분의 피자는 맛이 있다. 그러나 아내는 요리사 수준으로 요리를 잘하는 사람인지라 아내에게 정말 맛있는 피자는 많지 않다. 이제는 도미노를 먹을 형편은 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월급이 들어오는 밀물 때이지 들어온 월급이 빠져나가는 썰물 같은 지금은 아니다.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형편에서, 돈이 들어올 때는 사고 싶은 것은 살 수 있지만, 돈 들어오는 것을 기다릴 때가 되면 모든 것을 아끼게 된다. 동생이 사장인 회사에서 월급은 매달 빠짐없이 들어오지만, 언제 월급이 들어올지를 모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우리가 먹은 동네 피자는 도미노 피자만큼 맛있었다. 내 입맛뿐 아니라 아내의 입맛에도 맛있었다. 어쩌다 가끔 그냥 피자 말고 맛있는 피자가 먹고 싶은 아내 에미마에게 맛있고 합리적인 가격의 피자집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