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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Nov 28. 2022

댄스해요 김치댄스

내가 태운 비행기를 타고 카트만두에 갔다는 아내 에미마


귀농하셔서 시골집에 계시는 부모님께서 올라오셨다. 동네에 새로 오픈한 아구찜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되어있었다. 오후 늦게 출발하셨고 여느 주말처럼 길이 막혔다. 우리 세 식구가 저녁 8시를 조금 넘겨 먼저 식당에 가 음식을 시켜놓았고, 음식이 막 나왔을 때 부모님께서 들어오셨다.


하루 주무시고 가는 줄 알았다. 식사 후 동네에 새로 오픈한 메가커피에서 커피 한 잔 함께 하려고 했다. 부모님께서는 동생네 뭐 가져다줄 게 있다고 거기서 주무신다고 서둘러 떠나셨다. 착한 며느리인 에미마는 시어머니 시아버지가 우리가 불편해할까 봐 동생네 가서 주무시는 것은 아닌가 신경이 쓰였나 보다. 그건 아니고 진짜 동생네 급하게 가져다주실 것이 있으셨다.


부모님께서 우리 집에 들르신 것은 갓김치를 주시기 위해서였다. 원래는 며느리 손 안 가게 어머니께서 손수 만들어 오시려 했던 것인데 시간이 여의치 않으셔서 갓김치 재료와 마늘 양념까지 전부 준비해 오셨다. 한국에 온 이후로 매해 고모들과 김장을 하고 다른 김치는 해 본 에미마지만 갓김치는 처음이었다. 어머니께서는 재료를 손수 다듬어서 가져오시고, 아내에게 갓김치 만드는 법 유튜브 링크를 보내주셨다.


아내가 갓김치를 담그는 동안 내가 요한이를 재운 후, 아내 에미마가 갓김치 담그는 동영상을 찍으려고 다가갔다. "에미마, 갓김치 만드는 동영상 찍을 거야."


- 에미마, 지금 뭐해요?

- 댄스해요 김치댄스.

- 김치 만드는 댄스하고 있어?

- 응.

- 김치 만드는 댄스 재밌어?

- 응, 엄청 재밌어. 지금 거의 열두 시야 밤에. 열 시부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댄스하고 있어.


- 오빠, 먹어봐. 맛있어? 오늘 처음 한 건데.

- 진짜 엄청 맛있어. 에미마는 한국에서 네팔식당 말고 한국식당 해도 잘 되겠어.

- 거짓말!

- 요한이가 내 아들이라서 예쁘고 귀엽기도 하지만, 요한이는 누가 봐도 예쁘고 귀엽잖아. 에미마 음식도 그래. 진짜 맛있어.

- 오빠, 나 지금 카트만두야.

- 왜? 네팔 가고 싶어?

- 아니, 나 지금 비행기 탔어. 오빠가 비행기 태웠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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