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하셔서 시골집에 계시는 부모님께서 올라오셨다. 동네에 새로 오픈한 아구찜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되어있었다. 오후 늦게 출발하셨고 여느 주말처럼 길이 막혔다. 우리 세 식구가 저녁 8시를 조금 넘겨 먼저 식당에 가 음식을 시켜놓았고, 음식이 막 나왔을 때 부모님께서 들어오셨다.
하루 주무시고 가는 줄 알았다. 식사 후 동네에 새로 오픈한 메가커피에서 커피 한 잔 함께 하려고 했다. 부모님께서는 동생네 뭐 가져다줄 게 있다고 거기서 주무신다고 서둘러 떠나셨다. 착한 며느리인 에미마는 시어머니 시아버지가 우리가 불편해할까 봐 동생네 가서 주무시는 것은 아닌가 신경이 쓰였나 보다. 그건 아니고 진짜 동생네 급하게 가져다주실 것이 있으셨다.
부모님께서 우리 집에 들르신 것은 갓김치를 주시기 위해서였다. 원래는 며느리 손 안 가게 어머니께서 손수 만들어 오시려 했던 것인데 시간이 여의치 않으셔서 갓김치 재료와 마늘 양념까지 전부 준비해 오셨다. 한국에 온 이후로 매해 고모들과 김장을 하고 다른 김치는 해 본 에미마지만 갓김치는 처음이었다. 어머니께서는 재료를 손수 다듬어서 가져오시고, 아내에게 갓김치 만드는 법 유튜브 링크를 보내주셨다.
아내가 갓김치를 담그는 동안 내가 요한이를 재운 후, 아내 에미마가 갓김치 담그는 동영상을 찍으려고 다가갔다. "에미마, 갓김치 만드는 동영상 찍을 거야."
- 에미마, 지금 뭐해요?
- 댄스해요 김치댄스.
- 김치 만드는 댄스하고 있어?
- 응.
- 김치 만드는 댄스 재밌어?
- 응, 엄청 재밌어. 지금 거의 열두 시야 밤에. 열 시부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댄스하고 있어.
- 오빠, 먹어봐. 맛있어? 오늘 처음 한 건데.
- 진짜 엄청 맛있어. 에미마는 한국에서 네팔식당 말고 한국식당 해도 잘 되겠어.
- 거짓말!
- 요한이가 내 아들이라서 예쁘고 귀엽기도 하지만, 요한이는 누가 봐도 예쁘고 귀엽잖아. 에미마 음식도 그래. 진짜 맛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