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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Dec 02. 2022

내가 쓸 수 있는 글과 없는 글

홍보 광고 글은 쓸 수 있지만 컨셉이 맞는 내 글이어야


브런치 제안 알림이 떴다. 12월 21일이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당선 발표일이고, 발표일 이전에 사전 연락이 오고 출간 계약을 한다고 하니,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혹시나는 역시나였다.


제안 목적은 작업 요청이었다. 최근 런칭한 자사의 앱을 소개하는 홍보 글 작업이 가능한지 묻는 제안이었다. 홍보 진행이 가능하면 진행 비용에 대하여 회신해 달라고 했다.


나는  자본주의를 좋아한다. 돈을 사랑한다. 광고 홍보 글에 대하여서도 정적으로 생각한다. 기회가 된다면 브런치에든 어디든 홍보 광고 글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문제는 페이가 아니라 컨셉이다. 내 브런치의 컨셉에서 벗어나는 글을 쓸 수는 없는 것이다. 클라이언트가 보내주는 소스와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나의 에세이 글 한 편을 쓸 수 있다. 의뢰를 받고 하는 작업이니 발행 이전에 검토를 받는 과정에서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대로 글을 써 줄 수는 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내가 쓰는 에세이여야지, 클라이언트가 주는 홍보 글을 Ctrl C Ctrl V 해서 그대로 내 브런치에 실어줄 수는 없는 것이다.


상업성이 짙게 앱의 장점만 나열하는 글이 아닌, 사회 트렌드 또는 시장 이슈 등 인사이트 자료 등이 가미된 정보성 글과 함께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앱으로 소개하고 싶습니다.


제안 내용에서 상업성 짙은 글이 아닌 사회 트렌드 시장 이슈 인사이트 자료가 가미된 정보성 글로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앱으로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그쪽에서 주는 소스와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나의 에세이 한 편을 쓰면 되겠다 싶었다.


브런치를 보다가 작가님의 글을 보고, 브런치 글 작업 요청이 가능한지 제안드립니다 :)


내 브런치를 보고 작업 요청이 가능한지 제안한다기에, 내 브런치 글 컨셉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홍보 글을 써 달라는 줄 알았다. 네이버 블로그의 각종 홍보 포스팅과는 다른 글을 써달라는 줄 알았다.


하룻밤 고민했다. 밤에는 안 하기로 했으나, 아침이 되니 하기로 했다. 적은 돈일 테지만 글 써서 돈 번다는 것을 시작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으니까.


안녕하세요 브런치 작가 최다함입니다. 브런치로 보내주신 작업 요청 확인했습니다. 다른 홍보 블로그와 달리 귀 앱에 대한 에세이를 쓰는 컨셉이 가능하다면 하겠습니다. 제가 쓰는 에세이라도 의뢰를 받고 쓰는 것이니, 내용과 소스는 보내주시는 가이드를 활용해 쓰겠습니다. 진행 비용은 원고료라고 하면 좋겠네요. 일반 블로그 홍보 포스트가 아닌 브런치 작가로서 에세이 컨셉의 홍보 글이었으면 좋겠다는 것 외에는, 귀사의 내규대로 진행하면 좋겠습니다. 주신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일단 제가 에세이를 쓰고, 보시고 피드백을 주시면 원하시는 대로 수정해드릴게요. 진행하게 되면 자세한 내용 연락 주세요.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희는  체험형태의 에세이 형식보다는 요즘 트렌드와 연관 지어 어플을 소개하는 형태를 원하고 있답니다! 원고료는 5만 원 정도로 책정을 원하는데 괜찮으신지요!
제 브런치와는 컨셉과 방향이 다른 것 같습니다. 제안은 감사합니다.


5만 원이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액수 때문에 거절을 한 것은 아니다. 그쪽에서 원하는 것은 블로그에 넘쳐나는 홍보성 블로그 글을 내 브런치에 실어달라는 것이었다.


브런치 글을 읽어보내가 쓰는 글과 컨셉이 글을 써 달라고 한 것이 아니었다. 내 브런치의 활동성, 구독자 수, 구독자 반응을 보고 제안을 했을 것이다. 나보다 훌륭한 브런치 작가님들이 많지만, 그런 글을 올려 줄 브런치 작가도 많지 않을 것이다.



이를 테면 이런 거다. 상업성이 짙고 말고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나의 브런치 컨셉에 맞는 콘텐츠로서 홍보성 광고성 글은 가능하다.


5만 원이면, 치킨 두 마리를 먹거나, 피자 두 판을 먹거나, 아내랑 요한이랑 아내 친구랑 아내 친구 딸을 데리고 키즈카페 가서 놀다 올 수 있다. 5만 원이 어떻게 보면 큰돈은 아니지만 짭짤하게 쓸 수 있는 돈이다.


5만 원에 흔들렸던 것도 사실이지만, 블로그도 아니고 브런치에, 내 글도 아니고 업체에서 써준 홍보 글을 복붙해서 올려줄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언젠가는 글 써서 돈 벌기 위한 목적으로 글을 쓴다. 그래서 광고성 홍보성 글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만, 내 글로 내 콘텐츠로 홍보 광고 글을 써서 내 브런치에 발행할 수 있는 것이지, 업체가 준 내 브런치와 맥락과 컨셉이 맞지 않는 글을 그대로 내 브런치에 올려 줄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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