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 지금까지 브런치를 통하여 네 차례 제안을 받았다. 네 차례의 제안 모두 내가 기다리는 그런 제안은 아니었다. 그중 처음 제안을 제외한 나머지 제안은 저마다의 사정으로 불발이 되었다.
처음 제안은 제안이라기보다 상담 요청이었다. 브런치는 다른 SNS에 있는 DM 기능이 없기 때문에 제안하기를 통해 궁금한 질문들을 하기도 하나보다. 제안 같지 않은 첫 브런치 제안을 받은 것이 온 2021년 5월이었다. 때를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내 메일함에 그 기록이 남아있다. 기억에 의존하여 기억하는 게 아니라 클라우드 가상공간에 남겨진 기록에 기대어 기억한다.
12번 떨어지고 13번째 브런치 작가가 된 나의 브런치 글을 읽은 중년에서 노년으로 향하시는 어느 여성 분의 도움 요청이었다. 당시 그분은 브런치 작가 도전에 세 번 떨어지셨을 때였다. 그때 내가 그분을 도와드리려는 마음을 먹게 된 것은, 그분께서 나에게 보여주신 당시 그분이 쓰고 계시는 글과 작가 신청 글이 나의 글과 결이 비슷했고,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기까지 열두 번 떨어지는 그 사이를 그분이 걷고 계시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분이 처음 쓰시던 글들이 좋았다.
나에게 도움을 청하시면서도, 결이 다른 곳에서도 다른 도움을 받으시는 것 같았다. 시간이 갈수록 글 자체가 달라지셨다. 어떻게 보면 더 세련되어지시는 것도 같았다. 그러나 감동과 개성이 없어지셨다. 이야기는 솔직함과 구체성을 잃고 추상적이 되었다.
본인의 현재 업과 스펙을 중심으로 글 내용이 재편이 되었는데, 업세이라는 느낌보다 잘 쓴 흔한 블로그 업체 홍보 글 느낌이 났다. 그렇다고 그만큼 전문성과 필력이 받침이 되는 느낌도 아니었다. 전문성과 미학이 없을 때는 솔직함이 전문성과 미학이 되고 필력이 될 수 있다.
정성을 다하여 그분이 처음 보내주신 그 글을 살리는 상담을 카톡과 이메일로 해 드렸는데, 전혀 다른 글을 쓰셨고 전혀 다른 분이 되셨다.
글이 나쁘다기보다는 나는 그 글에서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없었다. 내가 도와드릴 것이 없었다. 미려하게 쓰인 업세이지만, 업세이라기 보다는 자기 사업장 홍보 글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더 이상 도와드릴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중하게 상담을 종결했다.
나는 13번째 도전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브런치라는 공간이 작가를 꿈꾸는 나에게 최적의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온라인상에 글과 책을 발행하는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사람이 브런치 작가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글에 목적에 따라 적절한 플랫폼이 있다. 꼭 모든 글 쓰는 사람이 브런치 작가가 되고 브런치에 글을 쓸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