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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Dec 04. 2022

처음 키카를 가고 어쩌다 한 주에 두 번 키카에


키카라고 들어보기는 했는데, 키카가 키즈카페인 줄은 몰랐다. 아아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것은 알았어도, 키카가 키즈카페인 줄은 진정 몰랐다. 아들 요한이 어린이집 입학 상담 가느라 하루 월차 낸 김에 파주에 가서 프로방스에서 밥 먹고 헤이리에서 커피 마시고 올까 했다. 아내 에미마는 거기는 나중에 가자며, 페이스북 친구의 게시물 사진을 보여주며 "키카가 어디야?" 했다. 키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은 있으나, 어디까지나 고유명사인 줄 알았지 보통명사인 줄 진정 몰랐다.


미루고 미루다 일요일에야 어린이집 입소대기 신청을 했다. 1순위로 가고 싶었던 시립 어린이집은 순번이 밀렸고, 우리 아파트 단지 관리동에 있는 민간 어린이집에서 월요일 오전에 바로 전화가 왔다. 가장 가까운 동네 어린이집도 좋겠다 싶었다. 가고 싶었던 시립 어린이집도 먼 거리는 아니다. 유모차를 끌고 걸어도 10분이면 가는 거리다. 어찌 되었든 그렇게 해서 요한이가 유치원 갈 때까지는 우리 아파트 단지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도 좋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수요일 오전 어린이집을 방문하고 오후에 키카에 갔다. 가까운 곳에 사는 아내의 네팔인 친구와 그 딸을 데리고 갔다. 옆 동네에 살고 요한이와 그 딸이 같은 또래라 매일 같이 아기 산책을 같이 시킨다.



그리고 토요일 키카에 또 갔다. 수요일 처음 키즈카페에 갔고, 한 주에 두 번 키카에 가게 되었다. 가려고 간 것은 아니었다.


원래 계획은 수원역 롯데몰에 가서 크리스마스 벽 트리 하나를 사 오려 했다. 작년 재작년 쓰던 트리가 있는데, 요한이가 만질 게 뻔해서, 올해는 벽 트리 장식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밥은 집에서 먹고 출발해, 롯데몰에서 간식거리나 먹고 오려고 했다. 월급 들어오는 날을 앞두고 통장 잔고는 썰물 같이 비어있었다.


두 주에 한 번 병원에 약 타러 가는 날이었다. 약 타고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께 전화가 왔다.


- 다함아, 노조 파업 때문에 주유소에서 기름을 못 살 수도 있데. 오늘 기름 넣어 놔.

- 오늘 아까 주유했어요.

- 오늘 쓰고 밤에 또 기름 넣어놔.

- 오늘은 멀리 안 갈 거라서요.


어머니께서 요한이 병원 갈 때 쓰라고 주신 카드가 있다. 우리가 차를 사고 요한이를 좋은 곳에 데리고 다니면서, 요한이 재미있는데 많이 데리고 다니라고 기름 넣을 때 그 카드를 쓰라고 하셨다. 우리가 돈이 있을 때는 우리 돈으로 기름 넣고, 우리가 돈이 없을 때는 엄마 카드 엄카를 쓰기로 했다. 오늘은 엄카를 썼다.


- 그것도 지금 고민하고 있어요. 월급이 언제 들어올지 몰라서요. 오늘 그냥 동네 카페나 갈까 생각하고 있어요.


동생 회사에 다닌다. 매달 월급은 정확하게 받는데, 그 날짜가 정확하지 않다. 다른 직원들 월급 나가고 내 돈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원래 사업 초기에는 다른 직원보다 가족이 박하게 대우를 받는다. 사장은 가져가는 게 없을뿐더러 마이너스가 되기 십상이다.


- 내가 준 카드로 백화점 가서 점심 먹고 요한이랑 재밌게 보내는데 써.

- 그럼 점심 먹고 벽 트리 살게요.



원래 계획은 그랬는데. 항상 가는 수원역 롯데몰에 또 가기는 그랬다. 그래서 아내와 같이 가기로 했다 번번이 못 갔던 동탄 롯데백화점에 갔다. 아내는 내가 선약이 있었던 날 동생 부부와 아이들과 한 번 갔었다. 최근 오픈한 롯데의 야심작으로 지방의 다른 롯데와는 차별성이 있다.



점심은 갈비탕을 먹었다. 요한이가 있어 밥이 있는 곳으로 간다. 갈비 고기를 잘게 잘라서 밥에 얹어준다. 아내가 먼저 요한이를 먹이면, 나는 서둘러 밥을 먹고 요한이를 데리고 나온다.


벽 트리를 사려고 했는데 마땅한 게 없었다. 대신 요한이 선물로 우쿨렐레를 샀다. 장난감 기타가 있었는데, 장난감 말고 진짜 소리가 나는 미니 기타를 사주려고 했다. 요한이가 내가 내 기타를 치면 와서 자기도 치려고 한다. 마침 눈에 들어온 우쿨렐레가 있어 샀다. 요한이 우쿨렐레는 엄카가 아닌 내 카드로 긁었다. 벽 트리는 쿠팡에서 사기로 했다.



지하 2층에 아이들이 즐겁게 놀만한 문화센터 비슷한 공간이 있다고 해서 갔는데. 요한이가 갈만한 곳은 없었다. 아내가 아동복 층을 찾아서 4층에 갔다. 원래는 뭘 사려고 간 게 아니라 아이쇼핑하러 갔다. 아내 에미마는 아이쇼핑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고 싶은데 살 수 없고 약만 오른다고 싫어했다. 요즘은 조금 달라졌다. 요한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요한이 눈요기시켜주는 재미에 아이쇼핑도 다닌다. 아기 옷 매장과 레고 매장을 구경했다. 레고 매장 한편에는 아이들이 무료로 레고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거기서 요한이와 잠깐 레고를 했다.



마침 4층에 끝에 키카가 있었다. 거기서 요한이랑 두 시간 놀았다. 요한이와 놀면서 키카에서 커피를 마셨다. 입장료는 엄카로 긁고, 우리 커피는 우리 카드로 긁으려 했는데, 후불로 일괄 계산이라서, 엄카로 다 긁었다.


처음 키카라는 것을 알고 가본 주, 어쩌다 한 주에 두 번 키카에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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