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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업세이

by 최다함


출근길 버스다. 회사는 신촌역에 있으나 회사에서 무인으로 운영하는 음악연습실이 방배역과 이대역에도 있다. 격일로 하루는 방배역 하루는 이대역에 들려 청소를 하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한다. 이대역으로 가는 날은 전철을 타고, 버스를 탄 날은 방배역으로 가는 날이다.


음악연습실을 돌아 회사에 가면 오전의 남은 시간부터 피크타임까지 식당 주방보조를 한다. 식당 오전 장사가 끝나면 늦은 점심을 먹고 공유오피스의 사무실로 향한다. 나의 사무실은 창고다. 손님들에게 사무실을 임대하다 보니 창고를 정리하여 내가 거기로 들어갔다.


오후에는 공유오피스 청소를 하고 디자인을 하고 홍보를 하고 이것저것 다 한다. 회사에서 직함이 매니저인데 그런 의미에서 매니저이기도 하다.


회사가 여러 사업을 한다고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이쪽에서 돈을 벌어 저쪽을 메운다. 초기 스타트업 그렇듯이, 가족 직원의 대우와 근무조건은 다른 직원보다 박하고, 사장은 가져가는 것이 없을뿐더러 빚내서 사업체를 돌리고 직원 월급을 준다. 대중이 연예인 걱정할 것 없듯이 직원이 사장 걱정할 것은 없지만 사장은 사장 나름의 고뇌가 있다.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어쩌다 회사원》이라는 제목의 매거진을 통하여 회사 다니는 이야기를 썼다가, 동명의 브런치북을 발행하며 기존의 매거진은 삭제했다. 나에게 있어 현재 회사의 이유는 오직 밥벌이뿐인데 회사 이야기를 더 쓸게 없다는 생각을 했었다.


언제 작가가 될 수 있을지 모르고, 작가가 될 때까지는 지금 회사를 다니는 게 최선이다. 지금의 업은 지금 다니는 회사와 거기서 하는 일이다. 작가로서 글쓰기가 업이 되기까지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지금 하는 일이 나의 업이다. 그래서 《업세이》라는 이름의 매거진을 만들었다. 하루 8시간 주 5일을 회사에서 보내는데, 일 이야기를 빼면 글감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다시 업세이를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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