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 살 군대에서 조울증에 걸렸다. 이십 년 가까이 조울증으로 방황하다가 지금은 극복했다. 조울증을 극복했다는 의미가 약을 끊고 완치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조울증의 세계에 그런 달달한 것은 없다. 다만, 두 주에 한 번씩 병원에 다니며 주치의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매일 밤 알약 몇 개를 먹는다. 조절과 관리로 별 일 없이 산다. 아내 에미마랑 결혼을 했고, 아들 요한이의 아빠가 되었다. 낮에는 다시 회사에 다니며 돈을 벌고, 밤과 주말에는 아내 에미마랑 아들 요한이랑 시간을 보내고, 틈틈이 글을 쓰며 작가를 꿈꾼다. 약 몇 알과 사랑으로 나를 조절하고 관리하며 일상을 살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조울증을 극복했다. 조울증으로 찌질했던 과거를 글로 쓰면 누군가에게는 위로와 공감 희망이 되나 보다. 블로그와 브런치에서 나의 조울증 이야기를 읽고 가끔 본인과 가족의 조울증 극복을 위한 상담을 요청이 온다.
열두 번 떨어지고 열세 번째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브런치 작가에 도전한 지 10개월 만이었다. 열두 번 떨어지고 열세 번째 브런치 작가가 된 사연이 담긴 매거진과 브런치북의 글이 내가 브런치에 쓴 글 중 가장 사랑을 받았다. 어렵게 브런치 작가가 된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위로와 공감 희망이 되나 보다. 10개월 만에 12번 떨어지고 13번째 브런치 작가가 된 나의 브런치를 읽고 가끔 상담 요청이 온다.
내가 생각하는 내가 조울증에 걸린 원인은 군대와 사랑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시작되었던 짝사랑으로 끝난 첫사랑은 조울증이 되었다. 나는 소녀를 사랑했지만 소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첫사랑의 실패로 조울증에 걸린 나는, 새로운 사랑을 할 때마다 번번이 짝사랑으로 끝났고 조울증이 재발하여 정신병원에 입원하곤 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여자를 사랑했고, 사랑에 실패하여 조울증에 걸린 남자에게 어떤 여자가 연민을 느낄지언정 사랑에 빠질리는 없었다. 서른아홉 아내 에미마가 나의 모든 사연을 알면서도 나를 사랑해줄 때까지는 그랬다. 나의 실패로 점철된 사랑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위로와 공감 희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성공의 경험이 아닌 실패의 경험에서 이렇게 했으면 일찍 성공하지 않았을까 힌트를 얻는다. 사랑의 실패 경험에서 이렇게 하면 사랑에 성공하지 않을까 하는 사랑에 대한 성공 방정식을 찾는 힌트를 얻는다.
결론을 말하자면 사랑을 하지 말아야 사랑을 할 수 있다. 나를 먼저 사랑하고 나의 삶을 가꾸고 나 자신을 살아갈 때 운명의 사랑을 붙잡을 수 있다. 남자나 여자나 운명의 사랑은 매력적인 사람일 테고, 매력적인 남자와 여자의 눈은 매력적인 사람에 끌리고 반할 것이다. 대자연의 수컷과 암컷의 법칙이다.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랑은 사람의 인생에서 중요하지만, 과정이어야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랑은 사람의 학교에서 중요한 과목이지만, 전공선택이어야지 전공필수가 될 때 F가 뜨는 비극이 일어날 수 있다. 아름다운 세상의 없는 무지개 같은 사랑의 엉덩이를 쫒다가 인생 종 치는 경우도 많지는 않지만 영화뿐 아니라 실제에도 있기도 하다. 영화에서야 그런 사랑이 슬프도록 아름답기도 하지만, 실제 세계에서는 헛웃음이 나오도록 어이없고 추한 엔딩을 맺기도 하다.
요즘 출판 트렌드를 보니 종이책은 염두에 두지 않고 전자출판만을 목적으로 출간을 사기도 한다. 그런 경우 대개는 실용서 비법서이다. 종이책은 나오지 않았으나 밀리의 서재에서 검색되는 전자책을 보면서, 사랑에 있어서 100전 99패 1승의 지독한 패배자였지만 마지막 1승으로 최후의 승자가 된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랑에 대한 실용적인 비법서를 브런치에 연재하여 전자책으로 전자출판을 해보아야겠다는 나의 야망의 전설이 시작되었다. 사랑의 세계에서는 99번을 패해도 마지막 1승을 하면 최후의 승자가 되기 때문에, 나에게도 사랑의 대한 실용적 비법서의 작가로서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