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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Dec 10. 2022

하마 잡는 날

우리 집에 그렇게 많은 하마를 기르고 있는지 몰랐다


- 오빠, 이거 이렇게 칼로 찢어서 화장실에 물 좀 버려줘. 그리고 물로 한 번 씻어줘.


아내 에미마식탁 위에 있는 두 개의 물먹는하마 중 하나를 커터칼로 푹 찢는 시범을 보이며 부탁했다. 퇴근 후 식사를 하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기 위해 두 번 밖에 나갔다 돌아온 나는 간단히 끝날 일이라고 생각했다.


- 오빠, 거기 화장실에 있는 것 다 하고, 저쪽 화장실에 있는 것도 다 해.


우리 집 화장실은 두 개다. 그 말을 듣고도 간단히 끝날 일이라고 생각했다. 화장실에 가 보니 간단히 끝날 일이 아니었다. 다른 화장실 앞에도 비슷한 개수의 하마가 배를 쨀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며칠 전 우리 집 앞에 물먹는하마 박스 하나가 있었다. 택배가 왔나 보다 했지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


하마는 어머니께서 보내신 것이다. 하마를 잡고 새 하마를 심는 게 우리 집 연중행사인가 보다. 어머니께서 쭉 해오셨을 테고, 작년까지는 아내가 했으니, 나는 그런가 보다 생각만 했지 이것도 나름 큰 일이라는 것은 몰랐다.


낮에 내가 회사에 간 사이, 아내 에미마는 아들 요한이 손 안 타게 옛 하마를 수거하여 모으고, 새 하마를 심었다.


하마 뱃속의 가득 찬 물은 그냥 순수한 물이 아닌가 보다. 그거 얼마나 만졌다고 손이 따가웠다.


다음 날 저녁 늦게 부모님께서 집에 올라오시기로 했고, 우리는 멀리 외출할 예정이었다. 그러니 전날 저녁 미리 옛 하마의 배를 째서 처리하고, 새 하마를 심어놓아야 했다.


하마의 배를 째고 이게 대체 몇 개인고 하고 개수를 세어보니 딱 서른 개였다. 우리 집에 그렇게 많은 하마를 기르고 있었는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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