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한국어 교사가 되었다
오늘 나는 아내와 철원에 와 있다. 둘째 고모댁에 김장하러 왔다. 매년 고모댁 김장할 때 우리 집 김장도 부탁해왔다. 올해는 고모께서 김장할 때 우리 부부를 보내 달라고 했다. 고모와 함께 김장을 하기 위해서, 또 아내 에미마가 김장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 해서, 오늘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6시에 집을 나섰다.
일찍 점심식사를 하고, 배추에 칼집을 내서 소금물에 절여 놓고, 갓 무 순무 쪽파 등 각종 김장 재료를 씻었다. 지금은 마당에서 썰어 놓은 재료를 집 마루로 가지고 들어와, 아내와 고모가 열심히 썰고 있다. 도울 일이 있을까 찾아보았으나, 딱히 할 일이 없어 나는 마루 책상에 노트북을 켜 놓고 글을 쓰고 있다.
나는 온라인 학점은행제로 한국어교원 2급 과정을 이수하고,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나는 강원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여 이미 영어교육과 학사 학위를 가지고 있었지만, 학점은행제로 한국어 교육의 학사 학위를 추가로 취득했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학위를 취득한다고 자동적으로 '한국어교원 2급' 자격증이 나오는 것은 아니고, 국립국어원에 관련 서류를 제출하여 심사를 받아야 한다. 물론, 학위를 취득하면 심사라는 절차를 형식적으로 걸쳐 교원자격증을 취득하는 게 확실하지만, 혹시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살짝 마음에 있었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면서도, 그럴 리 없는 걱정이 들었다. 10월 30일이 심사 발표일인데 별도의 통보 문자는 없었다.
점심식사를 하고 잠시 쉬는 동안, 심사 발표일이 지났을 텐데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 발표를 한다고 해서 들어가 보았는데,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심사 발표 관련 글이 없었다. 로그인을 하고 나의 페이지로 들어가 보니, 10월 30일 날짜로 한국어교원 자격 심사에 합격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에 대한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주 오래전 학부를 졸업할 때부터였다. 강원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하였지만, 대학시절 전공인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영어 전공을 직업으로 살릴 수가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실력보다도 자신감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영어 잘 못해도, 수업 준비를 잘하고, 자신만의 교수법을 가지면,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잘 가르칠 수 있다. 물론, 학교 다닐 때 전공 공부를 열심히 했었더라면, 학교에서 배운 대로 티칭을 할 수 있었거나, 영어교사로 일할 때 자신감 있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영어에 자신이 없어서 영어교육은 어렵지만, 내가 한국인이니까 외국인을 상대로 한 한국어 교육은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또한, 한국어 교육 자체보다도 전 세계에 한국어를 보급하는데 관심이 있었다. 전 세계에서 한국어 공부 붐이 일고, 한국어 교사의 수요가 많아지면, 대학은 졸업했지만 취업할 곳이 없는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전 세계에 한국어 교사로 나가서 몇 년 동안 한국어를 가르치며 영어공부도 하고 해외여행도 할 수 있을지 않을까 생각했다. 물론, 내가 실제로 한국어교원 공부를 할 때 이런 목표를 가지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한국어교원 공부를 하면서 깨달은 바는, 그런 일은 한국어교원이 하는 일이 아니다. 그런 일을 하라고 정부에서 만든 기관이 있는데, 그것이 노력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처음에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었을 때는, 나의 모교 강원대의 대학원에서 공부하려고 했다. 원래 강원대 사범대학 교육대학원의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전공은 우리 과 영어교육과의 우리 학번 지도교수님께서 우리 학교에 도입하여 설립하신 전공이다. 나중에 국어교육과로 전공이 넘어가서, 지도교수님께서 분노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말이다. 대학원이지만 계절제라서, 여름방학 겨울방학 때 학교 기숙사에 들어와 지내면서, 한 학기의 2주씩만 공부하면 되었다. 대신 계절제는, 2년이 아니라 3년이다. 처음에는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전공으로 모교 강원대의 교육대학원을 계절제로 다닐 요량이었다.
네팔 아내 에미마를 만나면서, 처음에는 한국살이가 여의치 않으니, 네팔에 가서 살 생각도 있었다. 나는 대학원에서 한국어 교육을 공부하고, 아내는 한국의 대학원에서 특수교육과 박사를 한 후에, 네팔에 같이 들어가서 나는 한국어 강사를 하고 아내는 특수교육과 교수나 아니면 특수교육과 관련하면서 일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네팔 아내와 결혼을 생각하면서, 후에 네팔 아내와 신혼생활을 하면서, 나중에 한국어 교원 학위를 가지고 아내와 네팔에 가서 살면 어떠할까 고려해 보았었다.
2018년 12월에 네팔에서 결혼을 하고, 네팔에서 아내 에미마의 결혼비자가 나올 때까지 신혼생활을 하다가, 2019년 5월에 함께 인천공항에 들어왔다. 사랑해서 결혼했고 아버지와 왕대추농장을 함께 했지만, 조울증으로 오랜 기간 방황하며 특별한 직업 없이 살아온 나로서는, 앞으로 뭐하고 사나 하는 고민이 생겼다. 여러 가지 옵션 중에 하나로, 한국어교원 과정에 대해서 실제로 알아보기로 시작했다. 자세하게 알아보니, 대학원을 졸업을 하나, 온라인 상의 원격 평생교육원에서 공부하나, 취득하는 자격증 '한국어교원 2급'은 같았다. 대학원에서 공부하면 학교와 관련되어 취업이 좀 더 쉬울 뿐이고, 나중에 해외 대학에서 한국어나 한국학으로 교수를 한다던지, 그런 이점은 있었다. 돈도, 시간도, 3년을 실제로 출석해서 학점을 제대로 취득할 자신도, 논문을 쓸 자신도 없었다. 그런 비슷한 이유로 아버지께서도 학점은행제로 공부하기를 원하셨다. 그런 조언들을 들으며 나 또한 온라인 상의 원격 평생교육원에서 학점은행제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학위를 취득하고, '한국어교원 2급' 자격증을 취득하기로 마음을 정하였다.
사실, 한국어교원 과정을 시작할 때는 그렇게 일찍 시작할 생각은 없었다. 차후에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시작하려고 했다. 작년 한국에 들어와서부터는 아내와 부모님과 함께 논산에서 농장 일을 했기 때문에, 어머니께서 지금이 때라고 바로 알아보아서 한국어교원 공부를 시작하라고 미셨다. 나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부모님과 약속하고 한국어교원 과정 공부를 시작한 것이지만, 어머니께서 지금 바로 공부를 시작하라고 미시지 않으셨더라면 나는 이후로 미루었을 것이다. 아마 그랬더라면 한국어 교육 학위와 한국어교원 2금 자격증을 취득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현시점에서 국내외에서 한국어교원을 전업으로 할 생각도 없지만, 유튜브 내 채널에서 한국어 강의를 하거나, 파트타임으로 한두 개 정도의 강의 정도는 꾸준히 하고 싶은 생각은 있다. 한국어교원 공부를 하면서 열심히 한 것은 아니지만, 좋은 교재를 선택하여 나의 강점을 살려서 수업을 하면 국내외 거주하는 외국인들과 재미있게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내가 초등학교에서 영어교사를 했던 것을 지금 와서 돌아보면, 실력이 없어서 힘들게 영어교사를 했다기보다, 자신감 없이 위축되어 있었기 때문에 내 안에 있는 교사로서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었던 것 같다.
지금으로서는 한국어교원을 전적으로 할 생각은 없다.
지금 나는 작가로서 살아가고 있다. 하루 종일 글을 쓰며, 첫 번째 책을 출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첫 번째 책을 출간하면, 그 책을 들고서 종횡무진 활동하면서 두 번째 책을 바로 쓸 것이다. 이미 두 번째 책을 위한 글들을 쓰기 시작했다. 첫 번째 책이 그동안의 나의 삶을 나누는 자서전적 에세이 <다함스토리>라면, 두 번째 책은 내 인생 전체가 아니라, 네팔아내 에미마와 행복하게 알콩달콩 살아가는 국제결혼 사랑 에세이 <네팔아내, 한국남편>이다. 첫 번째 책의 초고는 첫 번째 브런치북으로 이미 발행하여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했고, 지금은 초고를 바탕으로 퇴고를 하고 있다. 퇴고하여 초고를 완성해 가는 과정은, 브런치가 아니라 내 노트북의 문서 프로그램을 열어서 할 생각이다. 나의 두 번째 출간 책이 될 <네팔아내, 한국남편>이란 제목의 매거진을 브런치에 만들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왕에 한국어교원 자격증이 나왔으니, 한 주일에 한 타임 한 강좌라도 파트타임으로 강의하거나, 나의 유튜브 채널에서 한국어 강좌를 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지난달 10월 30일 자로 한국어교원 자격증이 나온 것을 오늘 확인했는데, 지금으로서는 한국어 교원을 업으로 할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다. 앞으로 한국어교원 자격증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공신력 있는 정부기관에서 발행하는 자격증 하나 취득한 자체가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