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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Dec 23. 2022

사랑 때문에, 조울증

프롤로그

조울증의 원인으로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유전,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스트레스가 주원인으로 강력히 추정된다. 유전적으로 조울증에 취약한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그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의 신경전달물질이 불균형해져 조울증에 걸린다. 조울증의 치료와 조절을 위해서는 약물 치료가 절대적이고, 조울증의 발병과 재발 방지를 위해 스트레스를 관리 외에는 딱히 다른 것이 없다면서도, 조울증의 원인을 스트레스보다 유전에서 찾는 게 최근 트렌드 같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받았어.'보다 '나는 조울증 유전자를 가지고 조울증으로 태어났어.'라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한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의 조울증의 원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내 알 바도 아니다. 다만, 나는 원래 조울증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다. 원래 신경전달물질이 불균형하지도 않았다. 사랑과 군대의 스트레스 때문에 조울증에 걸렸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같은 학교 같은 동아리 소녀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나는 소녀를 사랑했지만, 소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나의 심장이 소녀를 향하여 뛰기 시작했고, 뛰기 시작한 심장 박동을 멈추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스무 살, 군대에 갔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대에 간 것은 아니었다. 군대에 간다고 하면, 그토록 보고 싶었던, 그러나 더 이상 볼 수 없었던, 소녀와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함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나의 착각이었다.


모든 군대와 모든 군인은 평등하게 힘들다지만, 나의 군대는 내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견딜 수 있는 그 이상이었다. 내가 입대한 1월의 강원도 양구는 지금까지 경험한 어떤 곳의 겨울보다 추웠고, 훈련소를 마치고 배치받은 자대는 날이면 날마다 완전군장을 하고 양구의 험준산령을 타 다녔다.

    

2000년 봄, 스물한 살. 군대에서 조울증에 걸렸다. 고등학교 2학년 17살 때 시작된 짝사랑으로 끝난 소녀를 향한 첫사랑과 스물한 살 군대에서의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소녀를 사랑했지만, 소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고, 스무 살 군대에서 조울증에 걸렸다. 사랑의 끝에서 아내 에미마를 만났고, 아들 요한이의 아빠가 되었고, 조울증을 극복했다.

    

조울증을 극복했다는 의미가 더 이상 약을 먹지 않고 완치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조울증의 세계에서 그런 차원의 극복은 없다. 두 주에 한 번씩 병원에 다니고, 매일 밤 약 몇 알씩 꾸준히 먹고, 아내 에미마랑 아들 요한이랑 사랑하며 살며, 별 일 없이 산다. 그런 의미의 극복이다.



  

내가 이 책 본문 내용의 주인공이었을 시절 나의 꿈은 '사랑' 그 자체였다. 지금 나의 꿈은 '사랑 에세이를 쓰는 작가가 되는 것'이다. 집 카페 도서관에서 책 읽고 글 쓰고 유튜브 하고 강연 다니는 작가가 되고 싶다.     


이 책 『사랑 때문에, 조울증』은 작가를 꿈꾸는 나의 첫 번째 책이다. 같은 주제와 내용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랍 속 노트에 사랑 때문에 잃어버린 나의 청춘의 편린들을 '메모하기' 시작한 것이 2015년 봄이었고, <다함스토리>라는 이름의 네이버 블로그에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한 것이 2019년 여름이었고, 12번 떨어지고 13번째 도전에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 브런치에 '책 쓰기'를 시작한 것이 2020년 가을이었다.


작가가 되기 위해 내가 지금 하는 일이라고는, 브런치에 글 쓰고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하는 것이 전부다. 이 책은 그런 사랑 에세이다. 그때 꿈은 사랑 그 자체였고, 지금 꿈은 사랑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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