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에미마가 앤티라 부르며 어머니처럼 의지하는 한국 분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레스토랑 바로 뒤편 게스트하우스에서 잤다.
원래는 앤티 레스토랑에서 아침식사를 할 계획이었다. 아침식사를 하면서 아내 친구 수잔나를 만나고, 한국에서 바꾸어 온 달러를 네팔 루피로 바꿀 예정이었다.
계획은 바뀌는 것이라고 바뀌었다. 아내 에미마의 친구 수잔나의 동생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수잔나 뿐 아니라 수잔나 가족 모두가 아내 에미마의 절친이다.
네팔은 개들의 천국이다. 개 팔자 상팔자라고 개들이 길에 누워서 잔다. 3년 반 만에 온 네팔은 공항 시스템과 시설 일부분의 변화가 있었고, 우리가 결혼식을 올리고 한국에 오기까지 5개월 신혼생활을 하던 동네에 지인들이 없던 레스토랑과 카페를 오픈해 운영하는 변화가 있었지만, 거리의 풍경은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바가 없었다.
아내 에미마의 친구 수잔나 동생의 카페에서 수잔나를 만났다. 수잔나는 네팔에서 은행원을 하다가, 지금은 필리핀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잠깐 네팔에 들리러 온 시기가 우리가 온 시기와 맞았다.
네팔 지인의 카페에서 커피와 함께 아침식사를 먹고 있다. 아내는 오빠와 친구들과 수다를 즐기고, 나는 와이파이를 따서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네팔에 올 때에는 비행기 표 사가지고 들어와 네팔 공항에서 도착비자를 받으면 된다. 비자는 15일 30일 90일 세 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30에서 하루만 넘겨도 90일 비자를 얻어야 한다. 30일과 90일 사이에는 가격 차가 크다. 며칠 차이로 나는 90일 비자를 얻었다. 아내는 네팔인이라 비자가 필요 없고, 아들은 어린 아기라 비용이 들지 않는다.
- 오빠, 90일 비자 얻었는데 90일 있다 갈까?
- 생각해 보자.
아내 에미마가 향수병이 걸렸을 때, 내가 번아웃이 되어 재가 되었을 때, 네팔에 오게 되었다.
- 에미마, 90일 비자인데 오래 있다 갈까?
- 가야지.
생각을 해 본 뒤 나의 진심이었다. 하고 싶다고 다 하며 살 수 없는 아내의 현실이었다.
카페를 해도 좋겠다, 커피를 마시고, 디저트와 간단한 식사가 가능한. 북카페면 좋겠다, 책을 읽고 빌리고 살 수 있는. 카페가 아닌 독립서점이어도 좋겠다, 책과 커피와 디저트가 있는. 거기서 아내 에미마는 카페를 운영하고, 아들 요한이는 곁에서 놀고, 나는 글을 써도 좋겠다.
꿈은 꾸라고 있는 것인지, 깨라고 있는 것인지, 이루라고 있는 것인지, 요즘 나는 많이 헷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