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에미마의 오빠가 캐나다로 돌아가기 전날이었다. 다른 가족은 동반하지 않은 채, 나와 아내와 장인어른과 요한이 넷만 길을 나섰다. 나는 어디 가는지도 모른 채 따라나섰다. 네팔 처갓집에 있는 한 달은 어디 가는 줄 알고 갈 때보다, 모르고 갈 때가 더 많다. 어디 가냐 물어보기도 그렇다. 큰길에서 장인어른과 요한이와 헤어졌다. 장인어른과 요한이는 우유를 사서 집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별말 없이 아내를 따라갔다. 큰길에 나갔지만, 이쪽으로든 저쪽으로든 버스나 택시를 잡는 것도 아니었다. 길가를 따라 쭉 걸었다. 아내를 따라가 보니 마트였다. 한국에서 가져온 커피가 떨어져 커피를 사러 왔다. 처갓집에서 커피를 주로 마시는 커피 킬러는 나다.
아내가 마트에서 커피를 사는 동안, 내 눈에 들어온 마트의 상품이 있었다. 라면으로 추정되는 상품이었다.
'Current 현재 국수', 이런 작명이었다. 라면 이름이 Current이고 '현재'라는 한국말이 적혀 있었다. '현재'는 우리말이지만, 라면 이름이 '현재'인 것은 우리식 작명은 아니다.
검색을 해 보았다. 네팔에서도 한국 라면 열풍이 있다. 신라면 불닭볶음면이 인기다. 순라면이라는 한국에서는 팔지 않는 수출용 할랄 인증 비건라면도 보인다. 네팔사람들도 라면을 많이 먹지만, 라면에 진심인 마니아가 아닌 이상 네팔인들이 먹기에 한국라면은 비싸다. 그래서 네팔 라면회사에서 K라면을 만든다. 한국라면보다는 많이 싸고, 네팔의 보통 라면보다는 조금 비싸다. 그중 하나로 인기 있는 네팔 회사의 K라면이 'Current 현재 국수'다.
라면을 영어로 그대로 쓰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라면을 주로 'Instant Noodle'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