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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Mar 20. 2023

세상 어느 동네나 빌런이 많지는 않으나 꼭 하나씩 있다

첫 세차를 하러 갔다가


3월이 되고 봄이 되어 날씨가 따뜻해져서 차를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 주차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다. 차에 먼지가 소복하게 쌓였다. 우리 부부는 운전과 자차 소유가 처음이라 차를 겨울과 비 올 때만 지하 주차장에 넣어 두면 되는지 알았다. 요즘은 황사가 심해서 며칠 밖에 두니 차가 똥차가 되었다.


특별히 차를 타고 움직일 때가 없어 먼지가 쌓인 채로 지하 주차장에 차를 넣어두었다. 네팔인 친구 딸의 생일파티로 이태원에 갈 일이 생겨서, 교회 다녀와서 아내 에미마가 아들 요한이를 재우는 사이 잠시 세차장에 다녀왔다.


내가 다니는 집 근처 주유소의 세차장에 갔다. 주유를 하면 할인을 해 주는데, 만땅으로 주유를 한지 얼마 안 되어 돈 다 내고 세차를 했다. 자동 세차장 직원이 불친절하다. 원래 내가 본 주유소 직원의 평균이 불친절하기는 하다. 자본주의가 원래 친절해야 돈이 들어오는 섹터는 친절하고, 친절하지 않아도 돈이 들어오는 섹터는 불친절하다.


5천 원을 내라고 해서 카드를 내미니 현금을 내라고 한다. 현금이 없어서 다음에 올까 하니 카드를 내라 하면서 다음에는 현금을 가지고 다니라고 한다. 세차장이 처음이라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른다 하니, 퉁명스러운 말투로 안내가 아닌 지시를 한다.


세차를 마치고 아주 오래전 어머니께서 운영하시던 카페 건물 앞을 지나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초등학교 부부교사셨다. 아버지께서는 정년퇴직을 하셨고, 어머니께서는 20년 하시고 명예퇴직 하셨다. IMF 때 선생님 봉급 줄 돈 없다고 명예퇴직을 신청받아 대거 명퇴시키고, 교사 수가 모잘라 임용고시 TO를 늘리고 명예퇴직한 선생님들을 기간제로 썼던 때가 있었다. 그때 어머니께서 명예퇴직을 하셨고, 일부는 연금으로 받으시고, 일부는 퇴직금을 받으셔서 카페를 차리셨다. 카페는 손님이 많지 않았지만 우리 가족에게 의미 있었다.



우리 카페 위에 다른 교회가 있었는데 말이 교회였지 건달이었다. 그네들이 들어오기 전에 관리단이 있었는데 지네들이 관리단 해체하고 새 관리단을 만들었다. 기가 막힌 일들이 많이 있었고, 안 그래도 없는 상가 가치가 그 교회의 악행 때문에 더 떨어졌다. 한 가지만 예를 들자면 자기 가게에 간판을 달아도 공용면적을 사용했다고 관리단에 매달 돈 내고 신고하고 달라는 것이었다. 아직도 그 짓을 하고 있나 보다. 결국 우리는 그 교회에 카페를 팔고 나왔다.


세상에 빌런이 많지는 않은데 어느 동네나 꼭 하나씩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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