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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May 04. 2023

나의 첫 차, 첫 수리, 백만 원 깨지게 생겨


차에 노란 경고등 하나가 깜빡깜빡거렸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깜빡거리다 시간이 지나면 없어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계속 깜빡거렸고 왠지 거슬렸다. 요즘 차가 잘 안 나가는 것 같고 승차감이 나빠지기는 했다.


검색을 해 보니 DPF 디제 매연 필터 경고등이었다. 어떤 검색 결과는 고속도로에서 60킬로 이상으로 30분 밟으면 된다고 하고, 어떤 검색 결과는 빨리 카센터에 가서 필터 클리닝 또는 교체를 하라고 했다.

결론적으로 둘 다 맞는 이야기였다. 같은 경고등이라도 차 상태에 따라 달리면 해결되는 상태이기도 하고 조치가 필요한 상태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한 번도 카센터에 가 본 적이 없었다. 아버지께서 다니시는 카센터 두 군데 중 동네 카센터에 먼저 갔다. 다른 차를 보고 계시는 것 같아 계기판 사진 찍은 걸 보여드렸더니, 차를 보지도 않고 반말로 "한 30분 세게 달려. 올란도는 천천히 다니면 고장 나고. 오일 자주 갈고." 말하고 끝이었다.



고속도로는 아니고 한적한 도로를 한 시간 달렸다. 다음날 차를 타니 그 불은 꺼졌는데, 다른 불이 들어왔고, 또 다른 불 하나가 더 들어왔고, 'Code 84'라는 글자가 나왔다.


검색을 해 보니 엔진에 이상이 있다는 경고등이었다. 다시 그 카센터에 가서 이 사진을 보여주니, 이번에도 차도 보지 않고 반말로 "이거 시간 지나면 사라져. 지우려면 스캐너로 지워야 해."하고 끝이었다.


다음날 근로자의 날이라 아내 에미마랑 아들 요한이랑 아내 친구랑 친구의 딸이랑 차를 달려 서울대공원에 다녀왔다. 차는 더 안 나갔고 분명 문제가 있음을 느꼈다.


아버지께서 다니시는 다른 카센터에 갔다. 터보에 문제 있다고 오늘은 끝났고 평일에 오라고 했다. 어린이날 동생 가족과 부모님 계시는 논산 시골집에 가기로 해서, 이번 주에 이달의 월차를 쓸까 했는데 이번 주 너무 많이 노는 거 아니냐고 동생이 난색을 표했다. 동생은 내가 다니는 회사 대표다. 사장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이달 쓸 월차를 쓰겠다는데, 주말에 가족모임 하기 전 차를 손 보겠다는데, 하는 생각이 드니 퇴사가 마려워졌다. 다음날 아침에 차를 맡기고 출근했다. 그런 신박한 방법이 있었다.


스캐너로 찍어보았는데 역시나 DPF 문제였다. 출근 후 전화가 왔는데 자세히 보니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냥 타던지 당장 교체하던지 하라고 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차가 멈출 때까지 타다가 다른 차로 갈아타던지, 이 차를 계속 타려면 지금 교체하라고 했다. 견적이 100만 원에서 120만 원 사이 나온다고 했다. DPF 문제 하나만으로 차에 치명적이지는 않는데, 클리닝이나 교체에 돈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아는 사람이라 그나마 싼 가격이고, 쉐보레 정비소에 들어가면 최소 배는 더 나온다 했다.


내 선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었다. 아버지께 전화를 드려 상의를 했고, 아버지께서 직접 카센터에 전화를 하셨다. 결국 수리를 하게 되었다.


작년 가을 중고차로 산 2011년식 올란도다. 잘 타고 있는데 나의 첫 번째 차 수리비로 백만 원이 깨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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