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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May 21. 2023

딱 하나만 딱 한 걸음만 훅 가보는 거야

격변의 시대 속에서 지금 가는 길을 그대로 가면서


격변의 시대를 살고 있다. 코로나가 판을 흔들었고, ChatGPT가 트리거를 당겼다. ChatGPT는 어느 날 갑자기 나온 기술은 아니다. 이 시대의 기술은 이미 생성형 AI에 와 있었고, 생존 경쟁 속에서 코로나가 그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어떤 면에서 세상이 무섭도록 아름답게 변해간다. 생존을 위해서.


구글의 위기는 검색이 지고 ChatGPT가 뜨는 그런 것이 아니다. 구글도 이미 생성형 AI를 보유하고 있다. 구글의 위기는 공포 그 자체다. 오늘의 자리가 빼앗기는 게 위기가 아니라, 빼앗길 것이라는 공포가 위기다.


같은 현상도 AI가 내 자리를 빼앗아갈 것이라 볼 수도 있고 AI가 내 비서가 될 것이라 볼 수도 있는데 말이다.

 

AI가 오면 인간의 일자리를 AI가 빼앗아 가는 것이 인간의 위기는 아니다. 인간이 하는 일을 AI가 하면, 인간은 AI에게 맡길 수 있는 것은 맡기고 다른 일을 하겠지. 차량 내비게이션이 생기고 내비게이션 없이는 가까운데도 못 가지만, 내비게이션을 이용해서 더 목적지에 정확하고 빠르게 가듯이 말이다. 내비게이션이 인간의 일을 도와주고 있는 것이지 빼앗아 간 것이니까. 다만, 차량용 지도책을 만들던 회사는 도태되거나 다른 일을 찾아갔겠지. 분명한 사실은 세상이 격변하고 있다는 것이고. 위기는 공포 그 자체다.


지금 내가 하는 일자리가 사라지면, 새로 생기는 일자리가 생기고. 그 자리는 지금부터 찾을 필요도 없다. 오늘을 살면 오늘의 길이 내일 사라져도 내일의 길로 연결된다.


ChatGPT 사용하는 법은 지금이나 유용한 것이지, ChatGPT를 본격적으로 쓰는 시대가 되면 네이버 구글 검색을 위해 공부하지 않듯이 그냥 당연히 쓸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없다. IT 기업들이 우리 계좌에 빨대를 꽂고 돈을 빨아가기 위해 그냥 쓰면 되게 직관적으로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ChatGPT로 코딩 없이 코딩하는 기술은 지금 알면 유용한 것이다. 지금 ChatGPT로 코딩 없이 코딩하는 것은 코딩을 알고 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것이지 코딩을 모르고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의미 없는 것이다.


사실은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는 것이고, 위기는 공포 그 자체다, ChatGPT가 우리의 일자리를 다 가져가도, ChatGPT가 하지 못하는 ChatGPT에 데이터를 넣고 데이터를 정리하는 노가다들이 어마무시하게 생길 것이고, 어떻게든 우리를 놀게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다만, 지금 하는 일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일들이 생기는 것이다. 300만 원 받고 일하던 사람이 200만 원 받는 일을 하게 되고 그런 것이다.


또, AI로 공장이 자동화된다는 것은, 내가 집에 앉아서 은행에 이자 내고 돈 빌려다가 나 혼자 공장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로봇을 고치고 소프트웨어를 유지보수하는 것은 외주업체에서 자동으로 해주고 말이다.


나 개인도 요즘 변화가 있다. 사실 외적으로는 아무 변화가 없는데 나 자신에게 변화가 있다. 격변의 한가운데 있다 하더라도,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에게서 와서 내일의 나로 향한다.


그러면서 드는 깨달음이라면 깨달음인데, 세상이 격변한다고 해서 이것저것 다 할 필요는 없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을 그대로 하면서, 하나만 내일은 오늘과 다르게 도약해 보는 것이다.


회사 다니고 싶지 않다. 돈을 벌고 싶지 않거나 일을 안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책 읽고 생각하고 글 쓰고 유튜브 하고 강연 다니는 일을 하고 싶다. 싶으나 지금 당장 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른 회사로 옮긴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다른 회사를 적극적으로 알아본 것은 아닌데, 폰에 깔려 있는 사람인 앱이 로그인되어 있으니, 같은 직무로 조건이 좋은 구인광고 알림이 계속 떴다. 내 마음도 흔들렸다. 사람인 앱을 지웠다. 내가 그쪽으로 가는 게 목적도 아니고. 지금 있는 여기가 가끔 짜증 나기는 하지만 내가 필요한 곳이고.


여기저기 글쓰기 반경을 줄이고 브런치 한 곳에 좀 더 괜찮은 글을 써 보기로 했다. 글 쓰는 시간과 양도 지금보다 조금 줄여보기로. 내 삶에 충실해야 하니까. 글쓰기에 마음이 팔려 내 글의 소재인 내 삶에 불성실해질 때가 있다. 내가 선택한 삶이 아니더라도 내 글의 소재가 부실해진 내 글은 같이 부실해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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