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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May 22. 2023

우리 동네에 스타필드가 들어온다

feat. 강남 신분당선


우리 동네에 스타필드가 들어온다. 현재 수원 최대 복합몰인 수원역 롯데몰보다 10만m²면적이 더 크다. 수원 최대 복합몰이 우리 동네에 12월 준공 예정이다. 수원 3개의 상인단체 중 전통시장 상인단체 하나가 반대해 개점은 내년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아직 삽도 뜨지 못하기는 했지만, 신분당선 호매실 연장이 예비타당성 조사 예타를 통과하여, 2027년에는 강남역에서 오는 신분당선이 스타필드 화서역을 찍고 호매실까지 간다. 2023년 우리 동네에 스타필드가 들어오고, 2027년 우리 동네에 강남이 들어온다.



내 집은 아니다. 부모님 집이다. 부모님은 귀농하셔서 논산 시골집에 살고 계신다. 아들 요한이는 할아버지 할머니 안방부터 시작하여 온 집을 귀여움으로 점령했다. 내 집도 아니고, 아들 요한이 집도 아니고, 요한이 할아버지 할머니 집이지만, 아들 요한이가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사 주신 요한이의 장난감이 할아버지 할머니 집을 깔고 앉아있다.



나는 아들 요한이의 운전기사다. 그럼 아내 에미마는 뭐냐고 아내에게 물었다. 아들 요한이 매니저냐고. 아니라고. 아내 에미마는 아들 요한이의 버스 안내원이라고 했다. 우리 옛날 버스 안내양처럼 네팔에는 지금도 버스 안내원이 있다. 주로 젊은 남자가 한다.



스타필드가 들어오는 그 자리가 지금은 대유평단지라고 하는데 원래는 담배인삼공사 연초제조창이었다. 국가기간사업으로 30년 동안 담배를 생산하던 곳이었다. 그쪽을 지나만 가도 담배 향기가 그윽하던 곳이었다고. 시나브로, 88 담배, 라일락, 한라산, THIS 등 한 시절을 풍미한 담배들이 이곳에서 생산되었고, 연간 생산량이 1100억 개비에 육박하였다고. 2003년 금연 바람으로 공장은 멈추고 사무실로 쓰였고, 넓은 운동장은 사회인 야구장으로 쓰였다. 개발된다는 말만 떠돌다 푸르지오와 스타필드가 들어왔다. 아직 삽도 안 뜨기는 했지만 내년쯤 삽 뜨면 강남역에서 광교까지 들어온 신분당선이 2027년에 들어온다.


우리 아파트가 현재 27년 된 아파트인데, 지금은 아무 말이 없지만, 강남역에서 신분당선이 들어오는 그때 즈음부터 지정학적 위치상 재건축 이야기가 솔솔 나올 것이다. 나의 바람은 아니고 지정학적 위치가 그렇다는. 지금은 아니지만 우리 동네에 스타필드에 이어 강남이 들어오는 2027년이 되면 그럴 거라는. 나의 바람은 아니고, 나의 바람이 아닌 것도 아니고. 세상과 대한민국의 부동산이 돌아가는 이치를 볼 때.


돈이 있으면 몇 년 떴다가 업그레이드된 곳으로 돌아오는 것이고, 돈이 없으면 돈에 맞추어 다른 동네로 빠지는 것이고. 지금 우리 집보다는 좋은 환경으로 갈 것이고, 그때 우리 집보다는 나쁜 환경으로 갈 것이고.



수원 스타필드에 들어올 예정이던 워터파크 아쿠아필드는 안 들어오는 것으로 정리되는 것 같다. 코로나 영향도 있고, 에버랜드 캐리비안베이가 멀지 않고 가격 경쟁력도 없고. 아쉬워하는 분위기지만 그만한 공간이 빠지면 그만한 이상의 다른 공간이 들어오겠지.


스타필드 중에도 현재 삼성역 코엑스에만 하나 있는 별마당도서관이 들어온다. 쇼핑몰 중앙에 층고 높은 도서관이 들어오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나의 꿈은 집 도서관 카페에서 책 읽고 생각하고 글 쓰고 유튜브 하고 강연 다니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이라 밝히고 있지만, 나의 사치스러우면서도 소박한 야망은 공유오피스 대신 우리 동네 스타필드의 별마당도서관과 스타벅스로 출퇴근하여 책 읽고 생각하고 글 쓰는 작가가 되는 것이다. 스타필드 문화센터에서 강연하고. 스타필드가 들어오면 문센도 당연히 들어오겠지. 스타필드 어딘가에는 유튜브 할 수 있는 작은 공간도 있겠지.

 

회사를 다니고 싶지 않고, 대신 우리 동네 스타필드 별마당도서관과 스타벅스에 다니고 싶다는 것이지, 돈을 안 벌고 일을 안 하고 싶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 동네 스타필드의 별마당도서관과 스타벅스에서 책 읽고 생각하고 글 쓰는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싶다.


그 이야기를 딱 한 번 아내 에미마에게 했더니. 아내가 웃었다.


"오빠, 몇 살?"


사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게 꿈은 아니다. 글 쓰는 일로 돈 벌어 우리 식구 먹고살 수 있으면 되지. 그렇긴 한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우리 동네 스타필드 별마당도서관과 스타벅스에서 책 읽고 생각하고 글 쓰고, 문화센터에서 강연하고, 어딘가 작은 공간을 찾아 유튜브 하고, 그런 작가가 일이 되고 돈이 되는 어메이징 한 일은 자동으로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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