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다함 Oct 05. 2023

이제는 무엇이라고 해야 할 때

그냥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을 뿐


6월 퇴사했다. 퇴사는 내가 바라고 바라던 희망사항이었지만, 이번 퇴사는 내가 계획했던 바는 아니었다.


조울증을 극복했다. 그 의미는 약 안 먹고 완치가 되었다는 의미는 없다. 조울증의 세계에서 그런 달달한 것은 없다. 매일 약을 꾸준히 먹으며 기분을 조절하면서 별일 없이 사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울증은 극복했지만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스트레스를 받아 내가 파괴되거나 나의 가장 가까운 관계를 파괴한다.


회사를 다니면서 언제부터인가 퇴사가 마려웠지만, 이렇게 회사를 그만둘 생각은 아니었다. 6월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지 않고 스마트폰을 끄고 부산 해운대에 갔다. 그리고 다음날 돌아와서 회사에 가지 않았다.


회사가 나와 우리 가정에 노아의 방주였다. 다만, 노아의 방주에 나 스스로의 선택으로 탄 것은 아니었다. 내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을 때, 아니 주변에 내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 야 탈래 부름을 받았고 얼떨결에 응 하고 대답한 것이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방주에서 내려올 때는 이미 지났었다. 다만, 좋은 방법으로 내려왔어야 했고, 다른 방주에 올라탔어야 한다. 나의 천지의 홍수는 멈추지 않았고, 나의 지구에 아직 물이 빠지지 않아 땅에 내릴 수 없으니 말이다.


6월 그렇게 퇴사를 하고 원래 계획은 도서관에서 글을 쓰는 것이었다. 퇴사하고 처음부터도 계획대로 글은 쓰지 않았지만 도서관에는 나갔었다. 지금은 집에서 놀고 있다. 물론 사연은 있다. 아내 에미마와 아들 요한이의 사정으로 내가 집에서 아들 요한이를 보다가 그런저런 사연이 소멸되었음에도 집 밖에 안 나가게 되었다. 집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스마트폰으로 평소에 안 하던 게임을 하고 유튜브를 보는 것이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인데, 그냥 아무것도 안 하면 심심하니까,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유튜브를 보며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내가 하는 게임이라고는 안 배워도 아무나 할 수 있는 퍼즐과 축구다.


실업급여 신청을 했었다. 처음부터 나에게 실업급여를 타 먹으려고 했던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동생의 조언도 있고, 가정 경제도 생각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실업급여를 탈 승부욕이 불타올랐다.


실업급여는 회사에서 해고가 되어야 탈 수 있다. 비자발적 퇴사여야 한다. 내가 회사를 그만둔 것이기도 하고, 회사에서 직원 해고 안 하기로 하고 청년 고용 지원을 받은 게 있어서 내 사정을 보아줄 수가 없었다.


해고가 아니면 질병으로 인한 실업급여로 가야 하는데 그걸 시도했었다. 3개월 이상 준비했는데 결과적으로 실업급여 대상이 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안 되는 것을 끝까지 시도는 해 본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처음부터 실업급여 탈 생각을 했던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내가 실업급여 대상에서 애매하다는 것을 알고 그래도 끝까지 시도는 해보자고 시작한 것인데, 결국 안 되니 기분이 더러웠다.


지금은 국민취업제도 신청을 했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내일배움카드로 국비지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고, 이를 위해 내일배움카드 한도증액을 알아보고 있다. 이거는 대상이 되기 때문에 될 것이다.


국비지원으로 영상편집을 배워서 내년 봄에는 영상편집자로 취업할 생각이다. 책 쓰고, 유튜브 하고, 강연 다니며, 돈 벌 수 있는 날까지, 마지막으로 할 직업을 위해, 교육받는 과정을 알아보고 있다. 영상편집자로 정년까지 회사에 다니며 일과 후 글을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랫동안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으니 브런치에서 글 쓰라는 알림이 왔다. 글 써야지 하는 마음은 늘 있었는데,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꿈은 도서관에서 책 읽고 글 쓰는 작가인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