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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에세이

소를 잃고난 후에야 비로소 외양간을 고칠 수 있는 이유

by 최다함


인터넷 뉴스를 통해 보는 세상의 사건 사고들의 비극을 보며 문득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이 생각을 스치고 지나갔다. 종류는 다르지만 최근에 일어난 비극들이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예는 들지 않기로 한다.


왜 소를 잃고 난 후에야 외양간을 고칠 수 있을까? 현실에서는 소를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칠 예산을 따는 게 그렇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일어나지도 않은 비극을 상정해 예산을 따서 집행하는 게 쉬운 게 아니다.


그리고 누군가 나에게 악의를 가지고 나를 공격하는 데에는 더더욱 그렇다. 내가 아무리 상대방보다 강해도 상대방이 내 싸대기를 갈길 의지가 있다면 언제 어디서 싸대기가 날아올지 방어할 수 없다. 물론, 내가 적보다 압도적으로 강하고 내 친구가 적보다 압도적으로 강하다면, 이자를 쳐서 두고두고 상대의 싸대기를 갈겨줄 테니 말이다. 내 적이 나의 응징으로 가루가 되더라도 내 싸대기가 이미 날아간 이후다.


소를 잃어야 외양간을 고칠 예산을 딸 수 있다. 그래서 소를 잃어야 외양간을 고칠 수 있다. 이미 소를 잃어버린 후에는 외양간을 고칠 이유가 없어졌을 때이지만 말이다. 외양간의 소는 없어졌지만, 소를 잃은 후에야 외양간을 고치는 일에 예산을 쓰는 일이 생기고 예산이 내려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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