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에미마는 셋째 고모와 철원 둘째 고모 댁에 김장을 하러 다녀왔다. 매년 연례행사다. 둘째 고모 김장을 도우러 가는 것은 아니고, 둘째 고모 댁에서 김장을 크게 하면 우리 것도 같이 해서 가져온다.
아침에 아들 요한이가 일어나고 내가 눈을 떴을 때 아내 에미마는 일찌감치 집을 나선 후였다.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지만 이유야 어쨌든 집에서 놀고 있는 형편이니 평소라면 따라나섰겠지만, 아들 요한이 어린이집에 보내고 데리고 와야 하기 때문에 나는 가지 않았다.
아들 요한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내 마음에 문득 바람이 들어 티맵에 안동하회마을을 찍고 달렸다. 안동에 한 번도 가 본 적은 없으나 평소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안동하회마을이었다.
영화 더킹에서 부패검사 정우성이 부하검사 배성우와 조인성과 나누는 대화다.
- 니들 안동의 하회탈 알지? 그 왜 씩 웃고 있는 그 탈. 그거 왜 그렇게 웃고 있는지 알아?
- 인생의 해학 그런 거? 웃자. 웃고 살자?
- 니네 안동 특산물이 뭐야?
- 안동찜닭?
- 그건 맛집이고 인마. 삼배지. 그 삼배가 대마 껍질에서 나오는 거거든. 생각해 봐. 온 마을이 대마 밭인데 뭐 하겠어 농사 끝나고? 그냥 다들 모여서 그냥 뻑뻑 펴 대는 거야, 기분 좋게. 그땐 그게 불법도 아니었거든.
- 아 그래서 그 하회탈이 존나 웃고 있는 거구나.
물론 이 이야기는 영화의 주제와 재미를 위한 그럴듯한 완전 개구라다. 하여튼 언제 안동하회마을에 한 번 가보고 싶었다. 물론, 혼자 말고 아내 에미마와 아들 요한이를 데리고 말이다.
아내는 김장하러 철원에 갔고, 아들은 어린이집에 갔고, 내 마음엔 바람이 불어 안동하회마을 찍고 달렸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매표소 근처까지 갔다가, 그냥 돌아 나왔다. 하회마을에 들어가려면 매표소에서 표 끊고 셔틀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데, 하회마을에 들어갔다 나오면 아들 요한이를 집에 데리고 올 수가 없었다.
돈이 많이 있었으면 안동찜닭을 먹었을 것이고, 조금 있었으면 장터국밥을 먹었을 테지만, 가난한 백수라 인근 편의점에서 컵라면 하나 먹고 돌아왔다. 어찌 되었든 백수가 혼자 놀러 가서 아내 카드를 긁을 수 없었다.
바람이 들면 바람을 쐬야 바람이 빠진다.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아들 요한이를 어린이집에서 늦게 데려왔고, 아내 에미마가 비운 집 정리를 하지 못했다. 똑딱 앱으로 미리 예약을 해 두고 아들 요한이 소아과 데리고 다녀오는 일은 했다. 요한이가 크게 아픈 것은 아니고, 콧물이 조금 나오기 시작하여 소아과에 데리고 다녀왔다.
요즘 늦은 시간까지 한국어와 요양보호사 공부를 하는 아내 에미마 대신 내가 아들 요한이를 재운다. 오늘은 철원에 김장하러 다녀와 피곤에 쩔은 아내 에미마가 아들 요한이를 데리고 들어가 일찍 잠에 들었고, 나는 작은 방 침대에 등을 기대고 브런치 앱으로 연재 브런치북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