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망생이는 급식이 그립다
한 글자도 글을 적지 못하는 날이면 유튜브를 틀어 검색한다.
#자괴감 #무력감 #작가 슬럼프
따위의 검색을 하며 온갖 자기 계발 영상들을 찾아보곤 했다.
현직 에세이 작가이신 어떤 분이 모닝 일기를 쓰라고 조언해주셨다.
모닝 일기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1. 부정적인 생각들을 털어내는 감정 쓰레기장
2. 자신에게 파이팅을 외치는 응원의 글
나는 두 번째를 택했다.
감정 쓰레기장은 만들지 않아도 이미 생각만으로 털어낼 수 있는 경지에 다다랐기에, 나에겐 응원과, 결연한 의지 따위가 필요했다.
매일 아침이면 "오늘은 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써야 하지?"
"어제 거기서 막혔는데.., 오늘은 진도 좀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으로 작업실에 들어서던 내가, 모닝 일기를 쓰기로 한 순간부터 작업실에 들어오는 일이 쉬워졌다.
지금도 이렇게 타이핑을 하며 기분이 좋은 걸 보니, 꽤 효과가 있는 듯싶다.
고백하자면, 삼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나는 단 한 번도 아침형 인간으로 살아본 적이 없다.
학창 시절에는 늘 엄마와 전쟁을 치러야 했고,
대학시절에는 오전 수업을 공강을 만들기 위해 분기별로 시간표 짜는 시간에 목을 맸다.
아르바이트도 꼭 저녁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리고 프리랜서 작가가 된 후에는 나 같은 사람들 사이에서 오전 10시 출근도 빠르다며 투덜대는 게 당연한 사회에 속해있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구태연하게 땡! 하고 몇 시에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을 버렸다.
백수생활을 시작하고 1년 간은 밤새 글을 쓰기도 했지만,
2년 차에는 오래 살고 싶단 생각이 내 몸을 지배하며 밤에는 잠을 자기로 했다.
그리고 3년 차가 된 지금은 아침 8시에 일어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새벽 2시에 자고 9시에서 10시 사이에 일어나는 패턴이 되었다.
고백하자면 12시 전에 잤을 때와 2시 넘어 새벽에 잠이 든 다음 날의 컨디션은 확연히 다르다.
흰머리의 개수가 늘어나는 나의 노화가 밤샘을 거부했다.
그렇게 눈을 뜨고 하루가 시작되면, 나는 제일 먼저 끼니 걱정을 한다.
밥을 차려먹는 일도 여간 고된 일이 아니다.
배달 어플을 켤까 말까 고민만 하다 점심시간이 되는 일도 파다하다.
이런 날이면, 학창 시절에 대한 향수가 밀려온다.
반짝이는 스텐 식판에 담긴 급식이 그립다.
지금 이렇게 모닝 일기를 쓰면서도 배가 고프다. 젠장.., 뭐 먹지?
우아하게 브런치를 즐기고 싶은 날이다.
호텔 레스토랑에 줄지어 늘어선 정갈한 음식들.., 신* 호텔의 브런치가 먹고 싶다.
음악이나 백색소음 따위를 틀어놓지 않으면 적막함이 감도는 나의 집이자 작업실에는 같이 브런치를 먹으러 가줄 이조차 없다.
나의 지갑조차 텅 비어있다.
그러니 오늘은.., 토스트. 너로 정했다!
나는 오늘도 단순한 나의 뇌를 속이기로 한다.
"시간 때가 딱 브런치 타임이군!"
"브런치를 즐기고 나면 글이 잘 써질 것 같아!"
"오늘은 줄거리까지 완성할 수 있겠는걸?"
최면을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