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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한 Feb 11. 2023

서른 둘, 유부녀의 취준일기

포기하고 싶어지는 나날들

방송 작가는 특수 고용직이라고들 한다.


프리랜서이지만, 프리래서인 듯, 직장인 듯.., 애매모호한 위치.


일한 만큼 돈을 받지만, 정해진 만큼만 받는다.


물론 야근 수당 따위는 당연히 없겠지?


나는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있었던 것만 같다.


"아.., 이제 뭐 하고 살지?"


하고 걱정하는 날이....


.

.

.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면서 프리랜서의 삶을 살게 된 후로, 갑작스러운 불안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둘 중 하나는 꼭 직장에 다녀할 것만 같은 무언의 압박같은 거랄까?


그렇게 나는 서른 둘에 취준생의 길을 걷기로 했다.


최대한 경력을 살려 내가 갈 수 있을 만한 회사를 알아보다 보니, 결국 나는 콘텐츠 회사밖엔 갈 곳이 없었다.


태어나 단 한 번도 어떠한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면접이라는 걸 본 적조차 없던 나의 첫 면접은.., 망했다.


"자기소개 해주세요."


하는데, 꿀 먹은 벙어리처럼 두 눈만 끔뻑거리며 "네?" 하고 되물었다.


그 회사 대표님은 내게 자기소개를 못하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어찌저찌 그래도 나의 경력이 마음에 들었는지 2차 면접까지 갔지만, 결국 입사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면접을 보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경험은.., 어떤 한 가지 질문 때문이었다.


나의 입사 지원 동기는 한결같이 '프리랜서가 아닌 직장인으로서 안정적인 생활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방송 작가가 아닌 콘텐츠 회사에 입사하기로 마음먹었다고. 1년 계약직 당시 느꼈던 회사 생활에서의 소속감이 좋았노라고....' 그렇게 답하곤 했다.


그럼 열 명 중에 여덟명은 내게 이렇게 묻는다.


"결혼하셨나요?"


"네."


그 다음이 중요하다.


어떤 한 회사는 내게 대놓고 이렇게 말했다.


"2세 계획 있으신가요? 저희는 2세 계획이 있으시면 곤란해서요... 공석이 생기면 저희도 당자 어떻게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거든요."


.

.

.


하하하....


요즘도 이런 회사가 있구나.


싶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회사가 날 부른다면 기꺼이 갈 생각이다.


지금 나는.., 매우 절박하기 때문이다.


결론은.., 저출산이네 인구절벽이네 하는 그런 논의는 하지 말길 바란다.


이게 현실이다.


대한민국은..., 이런 나라다.


어쩌면 내게 아직 아이가 생기지 않은 건 천운이 도운걸까 싶을 지경이다.


이 세상의 모든 경단녀들과 워킹맘들이 더욱 위대해보이는 하루하루를 보내며...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지는 나날들 속에 위태롭게 버티고 있을 취준생 여러분!


힘내세요!


아직 결혼은 안 하셨잖아요....


아직 아이는 없으시잖아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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