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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한 Apr 08. 2021

애틋함의 계절

겨우내 앙상하던 나무들이 봄햇살에 만개하는 계절이 오면, 문득 글이 쓰고 싶다.

가슴속에 꽁꽁 얼어붙어있던 무언가가 울렁거리는 계절이다.     

오후 12시가 지나가기 시작하면, 따스한 봄볕이 내리쬐는 놀이터에선 아이들이 뛰어노는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나는 그제야 나른한 몸을 꿈틀거리며 노트북을 쥐고 베란다로 향한다.

이사한 집에서 가장 공들인 서재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베란다에 나와 캠핑의자에 앉아 쭈그리고 노트북을 두들기는 건 아마도.., 창밖에 비치는 봄 풍경을 가득 담아두고 싶어서인가보다.

얄궂은 봄은 빠르게 스쳐 지나가고, 무더운 여름이 금세 찾아올 거란 걸 본능적으로 직감했기 때문이다.     

**     

창밖으로 하얗게 날리는 벚꽃잎을 한참 바라보고 있자니 설레던 마음이 가라앉는 기분이 든 건, 문득 그 꽃잎이 애틋하게 느껴져서이다.

사계절 내내 만개하는 한 순간을 위해 살아가는 벚꽃나무는 채 두 달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앙상한 나뭇가지가 된다.

많은 사람들의 애정 어린 시선과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도 꽃잎은 쉴 새 없이 저물어간다.

마치 보란 듯이 눈 내리는 봄날의 풍경을 선사한다.     

누구도 벚꽃잎의 낙하(落下) 슬퍼하는 이는 없다.

그저 황홀하게 봄내음을 감상할 뿐이다.

그 모습이 마치 영원할 줄만 알았던 나의 어린 날들과도 닮은 듯하다.     

‘참.., 예쁘다.’     

오늘도 봄은 그렇게,

지나가버린 추억을 머금고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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