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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hfinder Nov 17. 2019

영화 조커 리뷰: 우리는 모두 광대일지도 몰라

IMAX 추천여부

세상은 아프고 힘없는 자들에게 더욱 각박하다.


영화 시작부터 울었다. 광고판을 들고 있던 중 광대라 조롱당하고 이내 걷어차이는 모습을 보니 저절로 눈물이 났다. 조커가 어떻게 변하는지 어느 정도 알고 있기에 영화를 보는 게 두렵기도 했다. 그의 인생 1막에 행복이 없했기 때문이었다. 예상대로 그의 인생은 막장으로 치달았다.


마블의 타노스를 보며 느낀 감정과 조커를 보며 느낀 감정은 그 결이 다르다.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아서의 삶이 마음이 아팠다. 모든 걸 다 가진 듯한 토마스 웨인보다 아서에게 더 감정이입이 됐다.

그는 왜 어렸을 때부터 코미디언을 꿈꿨을까. 머레이는 코미디 클럽에서 대중들 앞에 선 그를 비웃는다. 전혀 웃기지 않으니 “어렸을 때 엄마 말 듣고 공부 열심히 했어야지.”라며 대중 앞에서 그를 조롱한다. 아서의 조크가 대중을 웃길 수 없었던 이유는 아서가 무엇이 ‘웃긴지’ 몰랐기 때문이 아닐까.


난 살면서 단 1초라도 행복했던 적이 없었어.


그의 어머니 페니 플렉은 아서를 ‘해피’라 부른다. 어렸을 때부터 아서에게 웃으라고 이야기해왔다. 그의 여파일까. 아서는 전혀 웃기지 않은 상황에서 웃음을 참지 못하는 증상까지 보이지만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비극이다. ‘해피’는 ‘해피’하지 않았다.


그의 삶에 여러 가지 아픔이 있었다. 하나뿐인 가족 어머니는 정신이 이상했고, 직장 동료는 그를 곤란에 처하게 했으며 사장은 그의 말을 믿지 않고 끝내 해고했다. 어렸을 때부터 아동학대를 당했고 광대로 일하며 폭행당했다.


자신을 팔아 누군가를 웃겨야 하는 이들에 대해 생각했다. 그들에게 삶은 어떤 무게로 다가올까.

영화에서 아서가 웃을 때마다 사람들은 그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심지어 웃었다는 이유로 폭행까지 당한다. 사람들은 예외 없이 그에게 묻는다.

뭐가 그렇게 웃겨?


그들이 분노했던 것은 아서가 자신을 비웃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알까. 광대는 늘 자신을 팔아 남들을 웃겨왔다는 것을. 그것이 무시의 시선에서 우러나온 비웃음이라 할지라도 기꺼이 감당해왔다는 것을 알까.
일을 마친 후 높디높은 계단을 올라 노모와 함께 사는 낡은 집에 들어가는, 아서의 삶의 무게를 알까.

아주 조금이라도 짐작할 수 있을까.

그런 그의 고난을 가중화시킨 것은 언제나 “웃으라”던 어머니가 아니었을까. 슬프면 슬프다, 아프면 아프다 표현하지 못했던 그는 결국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았다. 무엇이 정말 행복하고 웃긴 건지도 분별하지 못할 정도로 감정에 미성숙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현실 세계에서 외면당하고 버림받은 아서는 시위대의 ‘영웅’이 되었다. 아서는 조커가 되었고 조커는 고담 시를 불타게 만든 장본인이 되었다. 그리고 말한다.

아름답지 않나요?


내 옆에도 조커, 아니 아서처럼 아파하는 이들이 있을까. 그 아픔의 정도가 어떻든 그들에게 웃으라 말하고 싶지 않다. 울지 말라고, 힘내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가능하다면 그들을 꼭 안아주고 싶다. 그 아픔을 조금이나마 다독여주고 싶다.


내가 살아가는 이 사회에도 ‘조커’는 존재할 거다. 범죄는 정당화될 수도, 미화될 수도 없는 일이지만 그와 별개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이도 필요하다. 그동안의 <배트맨>, <다크나이트>가 영웅으로서의 배트맨에서의 관점이었다면, 영화 <조커>는 악당 조커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더 이상의 ‘조커’가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


왕십리 CGV 아이맥스의 영화 관람료는 16,000원이다. 확실히 큰 화면에서 오는 몰입감이 있었다. 화면을 통해 영화를 보는 느낌이 아니라 영화 안으로 들어간 느낌이었다.

다만 조커가 액션이 많이 나오거나 영상미가 아주 뛰어난 작품은 아니기에, 아이맥스 관람이 필수는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다크나이트> 시리즈가 아이맥스에 최적화된 스토리 진행이 아니었을까.
아이맥스 관람료가 부담이 된다면 일반 2D 상영관에서 관람해도 무방할 것 같다.

영화시작 전 F열에서 찍은 아이맥스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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