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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hfinder Dec 14. 2019

"힘내"라는 말은  절 '힘들게' 해요

당신에게 쓰는 편지

안녕하세요. 오늘은 처음으로 당신에게 직접 편지 쓰듯 글을 써볼까 해요. 지금부터 내가 하려 하는 말들, 어딘가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어요. 이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든 순간부터 지금까지 많이 망설였어요. 하지만 써보려합니다. 누군가는 제 얘기에 공감할 걸 알기 때문이죠.

당신은, 주변 사람이 힘들어할 때 뭐라고 말하나요 ?

보통 “힘내”라고 하죠?

저 역시 그 말을 정말 많이 들어왔어요. 거짓말 안 보태고 몇 번이나 들었는지 셀 수 없을 정도로요. 저는 보통 힘들 때 글을 끄적여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리기도 하는데, 그걸 보고 지인들이 제게 힘내라고 카톡이나 디엠을 보내줘요.

고맙죠.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건데 직접 디엠을 보내줘서 너무 고마워요.

근데요, 마음이 답답해요. 그 힘내라는 말이 때론 저를 더 옭아매더라고요. 왜냐면 저는 매일 힘을 내면서 살고 있거든요.


출처 픽사베이


혹시 철봉에 매달려 본 적 있나요? 매달리다 힘이 들 때, 혹은 오래 매달려야 할 땐 턱걸이를 하기도 하죠. 그렇게 힘을 아끼면서 버티다가 다시 힘을 내고 몸을 들어올릴 수도 있고요.
그런데, 그 턱걸이도 그만큼의 힘이 있어야 할 수 있지 않나요?

몸이 아프지만 그렇다고 해야 할 일을 던져두고 집에 갈 수는 없었어요. 그게 사회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책임감이잖아요. 전 그날 제가 가진 모든 힘을 다 짜내서 그 자리에 앉아있었고, 제 몫을 다 끝냈어요. 퇴근 후에도 제 책임을 다해야 할 일이 있어 바로 귀가하지 못했고요.

출처 픽사베이


말라버린 우물에서 마지막 한 방울을 길어내듯, 그렇게 힘을 짜냈는데 “힘내”라는 말을 들으면 누군가 목을 조이는 느낌이 들어요. 당신은 절 위로하려고 한 말인 걸 알아요. 제가 걱정돼서, 제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그 말을 한 거죠?

그래서 당신에게 아무 말도 못했어요. 위로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꼬장꼬장한 사람이 될까봐요. 잔뜩 꼬인 사람으로 보일까 무섭고 두렵거든요.




그래도 당신에게 부탁하려 해요. 당신이 정말 좋은 마음으로 절 위로하려고 한 거라면, “힘내”라는 말 대신 “힘들지? 수고했어”라고 해주세요. 당신이 저와 더 가까운 사이라면 “사랑해”라고 해주세요. “열심히 잘 살고 있어”라는 말도 좋아요. 왜냐면 저는, 정말 열심히 살고 있거든요.

그리고 혹시 당신에게 저 같은 경험이 있다면 공감해주세요. 저는 블로그에 많은 글을 써요. 많은 분들이 제게 덧글을 달아주시는데, 그 덧글이 ‘공감’일 때 가장 마음이 따뜻해지더라고요. 제 친구 중 한 명은 제가 저를 노골적으로 오픈한 글에 덧글로 본인 이야기를 해주는데, 힘내라는 말을 전혀 하지 않아도, 이상하게 힘이 나더라고요.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나 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그래서 저도 그런 이유로 글을 써요. 저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에요. 밝은 사람이지만 , 때론 우울해해요. 성취욕이 강하고 열정적이지만, 지쳐서 그래도 당신에게 부탁하려 해요. 당신이 정말 좋은 마음으로 절 위로하려고 한 거라면, “힘내”라는 말 대신 “힘들지? 수고했어”라고 해주세요. 당신이 저와 더 가까운 사이라면 “사랑해”라고 해주세요. “열심히 잘 살고 있어”라는 말도 좋아요. 왜냐면 저는, 정말 열심히 살고 있거든요.


그리고 혹시 당신에게 저 같은 경험이 있다면 공감해주세요. 저는 글을 자주 써요. 많은 분들이 제게 덧글을 달아주시는데, 그 덧글이 ‘공감’일 때 가장 마음이 따뜻해지더라고요. 제 친구 중 한 명은 제가 저를 노골적으로 오픈한 글에 덧글로 본인 이야기를 해주는데, 힘내라는 말을 전혀 하지 않아도, 이상하게 힘이 나더라고요.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나 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그래서 저도 그런 이유로 글을 써요. 저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에요. 밝은 사람이지만 , 때론 우울해해요. 성취욕이 강하고 열정적이지만, 지쳐서 너덜거리기도 해요. 이런 저의 부족한 이야기가 당신의 마음에 와닿을 수 있기를 바라요. 당신에게 위로가 되면 좋겠어요.




저번 주의 저는 몸도 마음도 완전히 지쳐있었어요. 너덜너덜하다는 말이 너무 잘 어울리는, 툭 치면 쓰러질 것 같은 상태였어요. 제 친구들은 바빴고 저는 그들에게 제 마음을 다 털어놓진 못했어요. 내 부정적 에너지가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에요.


정혜진 선생님의 <당신이 옳다>


대신 점심 시간을 쪼개 책을 읽었어요. <당신이 옳다>의 한 문장, 한 문장이 제 마음을 만졌어요.
그래서 당신에게 제가 너무 좋게 읽었던 부분을 소개해요.


작은 고민부터 시작해 곧 죽을 듯한 고통 속에 있는 사람에게까지 부모나 교사들 때로 상담가들도 충조평판(충고,조언,평가,판단)을 날린다. 친구에게 어렵게 말을 꺼내도 책을 읽어봐도 마찬가지다. 스스로도 고통 속에 있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충조평판의 잣대를 들이밀며 다그친다. 내가 너에게, 나도 나에게 그렇게 하는 것이다.”


“자신의 고통에 진심으로 주목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 그것이 치유의 결정적 요인이다. 말이 아니라 내 고통을 공감하는 존재가 치유의 핵심이다. 자신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알면 사람은 지옥에서 빠져나올 힘을 얻는다.”


이 말은 사실이에요. 사실 전, 제가 힘들어하는 걸 알아채고 걱정하는 이들이 극소수일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의외의 사람들까지도 절 걱정하더라고요. 제 고통이 그분들과 조금이나마 연결돼 있었나봐요. 그들 역시 제가 행복하길 바랐나봐요. 그걸 깨닫자 마음이 시큰거렸어요. 정말 많이 괜찮아졌어요.





저는 당신의 그 예쁜 마음이 곡해되지 않기를 바라요. 그래서 이 글을 써요.


“ㅇㅇ아 사랑해” 라는 그 말이 절 살게 했어요. 지옥의 문턱까지 갔다 생각했는데 저는 다시 오늘을 견뎌볼 힘을 얻었어요. 당신이 아플 땐, 내가 해줄게요. 난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이 열심히 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우리, 그렇게 서로 위로하며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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