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의 취향

숀 비텔,⟪서점 일기⟫여름언덕, 2021

by 임다희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책방에 가는 것을 좋아할 것이다.



내가 책을 읽기 시작한 지는 2~3년 정도 되었고, 본격적으로 파고들면서 읽기 시작한 것은 작년 이맘때부터다. 책에 빠지면서 나의 소비는 ‘책 사기’에 비중이 늘어갔다. 중고 서점에 자주 가고, 대형서점에는 베스트셀러와 서가에 꽂혀 있는 책들을 구경하러 간다. 혹은 취향에 따라 책을 고르고 싶을 때면 그 맛을 느낄 만한 동네 책방을 찾는다. 내가 사는 곳은 합정동인데, 운이 좋게도 우리 동네에는 매력적인 독립 서점들이 많다. 책방에도 관심이 커져서 어느덧 언젠가 ‘내 책방도 열어보자’라는 꿈도 생겼다. 이런 꿈을 갖게 되니 다른 책방지기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숀 비텔의⟪서점 일기⟫는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중고 서점인 ‘더 북숍’을 운영하면서 겪는 서점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숀 비텔이 바로 이 서점의 주인장이며, 그는 2014년 2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서점의 매일 일상을 기록했다. 지하층까지 포함 총 3층으로 이루어진 ‘더 북숍’은 동네 책방으로는 꽤 규모가 있는 서점이다. 이곳에는 10만 권의 다양한 책들이 있다. 신간과 스테디셀러, 베스트셀러뿐만 아니라 분야별 중고서적이 있고 1700년대 고서도 보유하고 있다. 그야말로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책방이며 그 많은 책이 빼곡하게 책장과 테이블에 놓여 있다. 책방에 가본 적은 없지만, 바닥부터 천장까지 책으로 메워져 있는 벽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러나 저자가 하루를 묘사하는데 빠질 수 없는 주요 대상은 책이 아니라 서점을 방문하는 다양한 고객들이었다. 서점이 망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에 자주 책방을 찾는 디컨 씨부터 책값 흥정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손님들, 책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며 불평하다가 다시 서점을 찾아서 더 비싼 금액으로 책을 사가는 손님 이야기, 한 시간 이상 책방에 머물다가 결국 책을 사지 않는 사람, 쓸만한 책들만 공들여 골라야 하는 고인의 서재 이야기 등 일기에는 서점을 거쳐 가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들의 모습은 재미있고, 얄궂고 때로는 황당했다. 서점의 주인장인 숀 역시 그들이 때로는 너무 어이없어서 냉소적인 태도로 손님을 대한다. 하지만 그는 베테랑이다. 무심하지만 솔직하고 재치 있는 숀의 태도 덕분에 서점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충돌은 즐거운 편이다. 책방을 찾는 동네 사람들과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는 정감이 넘친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더 북숍’ (the Bookshop)을 구경하러 스코틀랜드 위 그타운에 한 번쯤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한 손에 한국어판⟪서점 일기⟫를 쥐고 가서 숀 비텔 씨에게 책 첫 장에 사인이라도 받아야겠다. 그때까지 이 서점이 살아남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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