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한 도시 풍경

그때의 기록

by 임다희

오전까지만 해도 흐릿했던 하늘인데 오후가 되면서 파란 하늘이 언뜻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오후 5시 30분. 해가 사라지려면 2시간 정도 남은 시각, 온 힘을 다해 오늘의 마지막 태양 빛을 강렬하게 뿜고 있었다. 그로 인해 건물 사이로 그리워진 그림자는 길게 늘어져 있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존재를 뚜렷하게 드러내는 때. 빛을 받는 면과 받지 않는 면 사이에서 색의 대비는 극명하고 강렬했다.


밝고 어둠과 상관없이 건물, 행인, 도로 위의 차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도드라졌다. 화사한 색이건 어둡고 칙칙한 색이든 각자의 존재는 다른 것과 혼동되지 않게 또렷했다. 이 선명함에 나는 시각적으로 매료된 게 분명했다. 비슷하게 생긴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도시 풍경, 그리고 그 사이를 거닐고 있는 비슷한 옷차림의 행인들이 모두 다르게 보였다.


그 다름이 꽤 멋있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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