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으로 본 기자회견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째 되는 날이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기자회견을 유튜브로 시청했다. 지난 대선 때 나는 그에 나의 소중한 한 표를 던지지 않았고, 그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참담한 기분이었다. 부끄럽게도 지금껏 정치에 별 관심 없이 살아왔다. 정치에 관한 나의 얄팍한 인식 속에는 우리나라 정치는 보수든 진보든 국민의 안위보다 정치인들의 자기 실속만 채우는 경우가 허다했다. 자신의 입지에 따라 바뀌는 발언과 시커먼 속마음을 들키는 모습을 여러 번 보면서 특히 정치인들이 입으로 희망을 언급할 때 진정성은커녕 가소롭다는 것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선거 때마다 국민의 권리를 행사했다. 최고를 찾기보다 최악을 피할 수 있는 사람에게 한 표를 던졌다. 나의 소중한 한 표가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도 많았고 그런 결과 역시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는 게 선거의 참된 승복이라 배웠건만,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그런 마음의 곁을 조금이라도 줘야겠다는 생각이 눈곱만큼 들지 않았다.
대통령이 된 지 불과 100일, 3달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마치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것만 같다. 백일을 기념하는 기분으로 기자회견을 봤던 게 아니다. 오늘은 또 어떤 (준비한들) 준비 안 된 발언으로 언론을 시끄럽게 만들까 하는 호기심 차원에서 영상으로 회견을 구경했다. 예상했던 대로 윤 대통령의 말은 뻔하고 오만했다. 껄끄러운 질문에는 속이 훤히 보이는 거짓 태도로 대답을 회피했다. 두리뭉실하고 허우적거리는 대답으로 일관된 형식적인 기자회견일 뿐이었다.
정치 경력이 전무한 대통령이 나라 살림을 구석구석 살피고 챙긴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일머리가 있고 감수성 있고 능력 있는 사람이라면 처음과 반대로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심을 품는 것 역시 국민이 대통령을 바라보는 일종의 소신일 수 있다. 안타깝게도 시간이 갈수록 국민의 소신은 콘크리트 바닥에 갈라진 틈새처럼 허물어지는 중이며, 대통령은 무능함 쪽으로 더 많은 지지를 얻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