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별난 거니

부모님 집짓기_그래도 제주니까

by 임다희


‘내가 별난 거니?’ 어젯밤 엄마가 나에게 한 말이다. 4년 전 아빠가 할머니가 평생 사셨던 집이자 유년시절 추억이 있는 고향 터에 집을 새로 짓겠다고 했을 때, 나는 가장 먼저 엄마를 떠올렸다. 과연 엄마가 제주도에 살고 싶어 할까?


어렸을 때 기억이다. 명절 새러 제주도에 갈 때마다, 섬나라 제주도의 풍광이 좋아서 우리도 제주도에 살자고 엄마를 보채곤 했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제주도는 놀러 오는 곳이지 살기에는 너무 심심한 곳이라고 했다. 게다가 본인은 도시에 더 맞는 성향이라 제주도에서 사는 것은 답답할 것 같다고 했었다. 그랬던 엄마가 서울을 떠나 제주도에 내려와 살고 싶다며 마음을 바꾼 것이다.





그렇게 해서 부모님의 집짓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다만 이왕 집 짓는 것 두 분 살 집만 짓는 게 아니라, 주택 건물을 짓고 싶어 하셨다. 1층에는 상가 공간, 2층은 부모님 거주, 3층과 4층은 에어비앤비로 숙박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어느 정도 건축 설계가 확정된 후 본 외관 투시도는 내 눈에도 멋있었다. 반듯하게 세워진 밋밋한 직육면체 덩어리의 형태가 아니었다. 2개의 직육면체의 덩어리가 어스 하게 맞물려 생긴 하나의 건물이었다. 거실은 모슬포 바다가 보이는 남향이었고, 침실은 창문 너머로 산방산이 보이는 동쪽으로 향해 있었다. 붉은 벽돌로 에워 쌓인 외관은 웅장하면서도 따뜻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었다. 평생 아파트에서만 살아봤던 내가 부모님의 주택 설계를 봤을 때는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엄마가 원하는 집의 스타일과 요구사항은 명확했다. 집 짓는다는 게 여간 힘든 일지라도, 부모님이 살 집이니깐 나는 부모님 일이라고 여기며 큰 관심을 두려고 하지 않았다. 다만 내가 주거는 아니어도 상업 공간 인테리어 일을 하고 있으니,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도와드리기로 했었다. 도와드리기로 마음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속 마음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예상했던 것보다 진행과정은 더디고, 완성 시점이 조금씩 늦어지면서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지쳐간다. 나도 이러할진대 부모님 심경은 어떨까?



건축 설계서부터 심의 과정, 건축 공사 그리고 인테리어 설계, 시공까지 3년 넘게 소요되고 있다. 준공일이 코앞인데 하자가 계속 발생하다 보니 뜯고 다시 공사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준공 일정도 조금씩 밀리고 있다. 공사 막바지로 치닫을수록 부모님의 인내와 버팀도 한계치에 임박한 것 같다. 신경이 곤두서 있고 별일 아닌 것에도 벌컥 큰 소리를 낼 정도로 예민해져 있다.




'내가 별났던 거'냐고 묻는 엄마의 말에 자신이 너무 욕심을 낸 게 아닌가 하는 한탄이 느껴졌다. 당연한 것은 없다는 말을 믿지만, 이것도 어느 정도 '당연'에 대한 기준점이 성립될 때 말이다. 이 기준점이 너무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일생의 마지막 프로젝트를 맡겼다는 게 후회스럽고 답답하신 모양이다. 어쩌냐 말이냐. 이제는 없던 일도 할 수 없는 단계인 것을.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엄마의 짜증을 지켜보는 게 힘이 부칠 때가 있다. 엄마가 버럭 할 때마다 도망치고 싶다. 그럴 때마다 조금만 뛰어가면 숨통을 트여 줄 드넓은 바다가 가까이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맞다. 그래도 여기는 제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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