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최대 적은 뇌였어!

아는 맛이 무서워

by 임다희

‘NO설탕, NO버터, NO밀가루! 저칼로리 바나나 팬케이크 만들기’ 이 제목을 유튜브에서 발견하는 순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다이어트 최대 적들을 모조리 빼고도 팬케이크를 만들 수 있다니. 노릇하게 구워 폭신하게 겹겹이 쌓여있는 팬케이크 위로 달달한 시럽이 흘러내린다. 이 썸네일 영상에서 나는 눈을 뗄 수 없었다.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혀끝에서 바나나의 달달하고 부드러운 맛이 맴돌았다.


하... 마지막으로 팬케이크를 먹었던 게 언제였더라.




https://www.youtube.com/watch?v=I6lU0p7MSO4https://www.youtube.com/channel/UCvebJb2Oa2mPUQCfy_zV_yA





헬스 운동을 시작하면서 조금씩 식단 관리를 하기 시작했다. 운동한 게 아까워 달달한 디저트 류와 밀가루 음식은 웬만하면 피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먹게 되더라고 한, 두 입 정도 먹고 단호하게 수저나 포크를 내려놓는다. (이 어려운 일을 하고 있으니 스스로 칭찬할 만 한데, 부디 오래 지속되기를 바랄 뿐이다.) 사실 수저나 포크를 제 때 내려놓기가 힘든 게 아니다.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은 맛과 향, 그 맛을 느껴본 뇌의 기억이 살아날 때 시작된다. 힘들고 어렵게 그 달콤한 기억들을 참아오다 예견 없이 그 맛이 머릿속에서 또렷해질 때가 있다. 그 또렷하고 생생해진 맛이 도저히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때, 그럴 때는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분 탓, 호르몬 탓, 날씨 탓, 스트레스 탓,

평범한 일상은 실상 복잡함의 연속이고 복잡함에 갇히기라도 한다면,

어떡해서든지 뇌를 달래줘야 한다.



3분짜리 영상 속 팬케이크의 레시피와 재료는 엄청 간단했다. 바나나 2개, 달걀 2개, 아몬드 가루 1큰술, 시나몬 가루 1/3큰술만 있으면 영상 속 팬케이크를 (나도) 만들 수 있었다. 이 중에 빠진 재료는 아몬드 가루뿐이었다. 단숨에 집 앞 대형 마트로 달려갔다. 대충 어디쯤 있을지 짐작한 곳으로 달려갔더니 상상했던 그 매대 한 구석에 아몬드 가루가 있었다. 뭐 이렇게 까지 반가울 일인가?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내 예상이 적중했다. 세상 고맙고 기쁘기까지 했다. 오늘 제대로 한번 만들어서 바나나 팬케이크! 널 맛보겠노라고. 아몬드 가루 한 봉지를 가슴팍에 끌어 앉고 활력 넘치는 걸음걸이로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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