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슬포 공장 카페 '감저'
#1. 여름
모슬포 ‘감저 카페’에 왔다. 내게 읽고 쓰는데 더할 나위 없이 집중이 잘 되는 공간은 이곳밖에 없는 것 같다. 일부러 땡볕을 피하려고 하지 않고 집에서 20분 정도 걸어서 카페에 도착했다. 정수리부터 뜨거워진 열기는 이마, 콧잔등, 겨드랑이와 목 주변으로 땀이 흘렀다. 그나마 짧은 반바지를 입어서 땀이 덜 차올랐다. 카페 유리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오니, 딴 세상이다. 들숨에 시원한 공기를 마시자마자 우습게도 ‘살았다’는 말이 입에서 저절로 튀어나왔다. 그러나 불쾌하고 짜증 날 정도는 아니었다. 덥지 않은 여름이란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2. 초파리
이열치열 때문은 아니었고, 얼음이 녹아서 옅어지는 커피 맛이 싫어서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몸의 더운 열기가 덜 식었는지 커피 한 모금을 마시려고 했다가 커피 잔을 다시 내려놓았다. 커피가 식을 동안 향만 맡기로 한다. 이 향을 나만 맡고 있는 게 아니었나 보다. 어디서 날아온 초파리 한마디가 내 주변을 맴돌았다. 이렇게 날쌘 초파리를 보았나. 성가셔서 허공에 대고 손을 몇 번 휘저었으나 잠깐 어디로 사라졌다가 다시 내 눈앞에 알짱거린다. 커피 때문이 아니라 나의 땀 냄새 때문인가? 끈질기게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이렇게 귀찮게 한다면 별 수 없이 잡아 죽여야 하는데, 날렵한 초파리는 내 손을 잘만 피한다.
#3. 안온함
감저 카페 이곳은 40년 전까지 고구마 전분 생산 공장으로 사용되었던 장소를 80% 이상 보존해서 리모델링한 카페이다. (감저는 제주어로 ‘고구마’라는 뜻이다) 공장 부지를 활용한 덕에 카페 내부 공간은 넓고 외부 전망도 탁 트여있다. 격자무늬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는 곳에 자리 잡고, 전분 공장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외관 풍경을 넋 놓고 바라본다. 목재 구조의 높은 천장 실내 어디선가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오래되고 허름한 창고 같은 공간과 상관없이 내가 앉아 있는 자리는 안온하고 여유가 깃든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토요일이다. 카페에 손님들이 하나둘씩 들어왔다. 세 명의 여자 손님 1, 노부부의 커플 손님 2, 나처럼 혼자 온 손님 3, 여럿이 온 손님들의 목소리에 카페가 꽉 찬 느낌이다. 카페 사장님께는 죄송한 마음인데, 내가 머무는 동안 손님이 더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