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레 떼를 보다

대정읍 모슬포 앞바다에서

by 임다희


한낮의 더위를 몰아내는 바다 바람이 불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 산책 겸 운동 겸 모슬포 운진항을 걷고 있었다. 붉은색에서 푸르스름하게 물들고 있는 하늘과 끊임없이 일렁이는 바다에 시선을 빼앗기는 것은 불가항력 일이다. 순간 뾰족한 무언가가 눈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이내 곧 다른 뾰족한 것이 수면 위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그 찰나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돌고래 떼다!!"


두세 마리씩 무리 지은 돌고래 떼가 열을 맞춰서 바다를 헤엄치고 있었다. 날렵하게 생긴 지느러미가 헤엄치는 대로 그들이 가로지르는 경로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름다운 광경에 매료된 값진 순간이었다. 내가 너를 그리워했던가? 마치 오랫동안 기다렸던 대상을 다시 만난 것처럼 환희가 내 얼굴에 번지고 있었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화색이 도는 얼굴이 상상되었다. 내 안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왈칵 솟구쳤다. 광활한 바다를 묵묵히 헤엄치는 돌고래들에게서 얻은 뭉클함이었다.


괜찮으니깐 지치지 말고 헤엄쳐!라고 말해 주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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