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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다희 Dec 22. 2022

당신에게, 나에게 쓰는 LETTER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네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냥 하면 될 텐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같은 자리에서 맴돌고만 있을까요.  

머뭇거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봤어요. 누구를 위로해야 할까, 내 위로가 도움이 될까, 위로랍시고 어설픈 젠체하는 게 아닐까 하는 끝없는 자기 의심에서 시작된 의문들을 줄줄이 늘어놓고 있더군요. 종국에는 그래서 하지 마느냐는 의기소침한 결실을 보곤 했지요.      


반복되는 상념에 지겨워 좀 벗어나고 싶어도 올무에 걸린 짐승처럼 허공에 발버둥만 칩니다. 그러다 지치면 모든 걸 멈추고 어두운 밤 속으로 숨어버립니다. 그러다가 다음 날, 볕이 좋은 맑은 날이면 간밤의 무료함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맥락 없는 파이팅을 외칩니다.      


이럴 때는 또 이런 의문이 들어요. 이것이 인간인가? 하고요. 극과 극인 상태를 오고 가며 그때 절박한 상황을 버티고 또 그러다가 오늘을 견디는 게 아닐지. 그렇게 하루하루를 채우며 사는 게 인간의 삶인가? 하고요.   


   



저는 잘 웃고,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는 편이지만 깊은 우울의 우물 역시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 우물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니까요. 아니면 이미 깊은 우물에 빠져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빠졌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알려면 뭘 해야 할까 방황할 때 쓰기 시작했습니다. 글을 쓰면 깊은 우물에 빠졌어도 덜 허우적댈 것 같고, 어쩌면 우물 거칠고 메마른 벽 틈새를 찾아 그 틈을 의지해 좁고 긴 암흑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막연한 기대라 할지라도 움츠려지지 않고 너른 한 마음으로 부풀기를 반복한다면, 

이건 내게 좋은 신호인 것이죠.



당신에게 쓰는 레터 일 수도 

나에게 쓰는 레터 일 수도 

우리 모두에게 쓰는 레터 일 수도 있어요.      



제자리 빙빙 도는 이야기일지라도 매일 쓰고 싶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일단 믿고 써볼게요.

미약하게나마 여린 빈틈 속으로 온기를 전하는 글을 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to_____ from da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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