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다이어리를 볼 때마다 올해 얼마 남지 않은 날짜를 세어보며 마음이 부산했어요.
한 일보다 (해야)할 일에 대한 조바심 때문이죠. 12월 절반 정도는 이런 마음을 시험대에 두고 부족해! 더 바쁘게 빨리 하란 말이야 하면서 채찍질을 했던 것 같습니다. 티를 내지는 않지만, 빨리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압박감은 이미 나의 일부가 되었죠.
성공에 대한 열망과 미래에 대한 기대와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각자 몫으로 조급함과 불안함이 껴 앉고 있을 테 죠. 물론 저만 이런 것도 아니고, 이것이 꼭 나쁜 것만이 아닌 것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속도에만 쫓기다 보면 본질을 잊게 되고 결국 나를 염려하지 않게 된다는 것도 잘 알게 됐죠.
목적지 정류장 버튼만 누를 게 아니라, 가는 길에 아무 정류장에 내려 잠시 쉬고 구경 좀 했다가, 다음 버스를 타도 되는데 왜 그리 급하게만 가야 할까요.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다 흔히들 얘기합니다. 다들 그렇게 사니깐. 남들처럼 웬만큼 살아야 하니까요. 공감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좀 다르게 나만의 속도로 살아 보고 싶어요. 근데 문제는 그럴 수 있는지, 그럴 만한 배포가 제게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모르지만 그냥 제발! Go 좀 했으면 좋겠어요. 이런 글을 쓰고 있으니 또 참 우습습니다. 그냥 하면 되지 뭘 그렇게 우물쭈물 쭈빗쭈빗 거리냐고요.
보이지 않는 한 발을 내밀기가 이렇게나 어렵습니다.
(저만 이런 것은 아니기를 바라며...)
2022년의 마지막 주가 시작됐습니다. 책상 앞에 앉아 벽에 붙어 있는 달력을 한참 동안 바라봤어요. 이 포스터 달력으로 22년 모든 달과 날짜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포스터에 새겨진 달 숫자와 날짜를 눈으로 꼼꼼히 훑었습니다. 일일이 기억을 못 할 뿐 올해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일일이 기억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은 더 빨리 가는 것 같고요. 한 주 뒤면 해가 바뀐다고 생각하니 12월 마지막 주를 붙잡고 싶을 정도로 아쉽습니다.
굵직하게 벌어진 몇 가지 일 말고는 별로 기억나는 일도 없습니다. 대신 360일을 지내오면서 감정과 생각들이 격렬하게 부딪치고 부서지기를 반복했던 나날의 기억은 선명하기만 합니다. 내년에도 이러겠죠. 별일은 없을 수가 없어요. 있어야 해요. 그럼에도 일어난 일보다 충격이 크던 사사롭던 그 일들을 어떻게 견디고 버텼는지를 더 기억하는 걸 보면, 어떤 마음으로 내년을 살아야 할지 이쪽으로만 생각이 기웁니다.
23년은 22년보다 덜 힘들고 덜 괴롭게 보낼 것 같지는 않아요. 올해 처럼 내년도 힘들고 괴로울 거예요. 그렇다고 슬프고 불행하다고 느끼지도 않습니다. (인생은 고통의 연속~) 부디 보이지 않는 나만 아는 그 한발 꼭! 내딛고 부대끼며 살아가도 괜찮겠습니다. 나쁘지 않다 싶을 정도로만 지내도 좋겠습니다.
2023년 어떻게 보내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