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어린이날

by 임다희

창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서인지 쉬이익하는 소리가 들렸다. 귀신을 부르는 소리처럼 스산하고 으슥한 느낌이 들었지만, 나는 꼼짝하지 않았다. 소파에 누워 눈만 뻐금 뻐금 뜨다 말다 했다. 3층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엄마가 내 앞에 나타났다.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복잡할까 싶었지만, 엄마는 내색 없이 나를 먼저 걱정했다. 발은 어떠니, 기침은 좀 덜하니, 춥지는 않았냐고 물었다. 정신을 차리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엄마는 아침식사용으로 단백질 셰이크를 마시라고 내게 건네주었고, 나는 별말 없이 분유 맛 우유를 단번에 마셨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사람처럼 엄마는 이방 저 방을 부산하게 움직였다. 그러다 거실 발코니 창호가 덜 닫힌 것을 발견하고는 스산한 소리가 멈추도록 올바르게 닫혀주었다.


“다희야, 밖에 비 오는 것 봐.”

“너무 많이 온다. 오늘 어린이날인데, 너무 하네.”

“어린이날 행사 많았을 텐데, 다 취소됐겠다.”


어떤 믿음은 자연 앞에서는 무력화된다. 야속하리만큼 허무하게 무너지고 만다. 오늘처럼.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 봐도 어린이날과 비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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