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사이어티 빌리지

by 임다희

비가 그쳐 조용해진 하늘이 반가웠다.


“엄마, 오늘 어디든 가자.”


차 내비게이션에 남서쪽 모슬포와 정 반대쪽에 있는 코사이어티 빌리지를 검색했다. 동북쪽 동네 구좌읍 제주는 어떤 느낌일까? 한적하고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코사이어티 빌리지에는 여행객들의 쉼과 영감의 시간을 누리기에 충분히 아름다운 독채 스테이를 운영하는 곳이다. 서울 성수동에 있는 복합문화공간인 코사이어티가 직접 운영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코사이어티의 브랜드 철학 ‘당신의 영감이 되는 곳’과 연계하여 그들만의 특별한 감성으로 숙박 서비스를 제주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남서쪽에서 북쪽으로 달리는데 구름들이 사이로 파란 하늘이 펼쳐졌다. 어느 때보다 선명하고 또렷한 자연의 외곽선들이 시야를 채웠다. 그러다가 또다시 흐린 구름이 머리 위를 감쌌고 어느 지점에는 안개까지 자욱하게 내려앉아 눈앞이 뿌옇게 바뀌었다. 예측할 수 없는 이곳, 제주는 천의 얼굴을 가진 아름다운 섬이다.




그렇게 한 시간 반을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머릿속에 상상했던 대로 정갈하게 지어진 담장 뒤로 세련되고 단아한 독채들이 눈에 들어왔다. 빌리지에 머무르기 위해 온 목적이 아니었으므로, 주차를 하고 빌리지 주변을 걸었다. 특별한 산책로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군더더기 없이 구획된 길을 따라 걸으며 담 너머의 건물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아름다운 자연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듯이 나름의 간결함으로 지어진 집이나 건물을 보면 종종 감격을 하곤 한다. 인간이 만든 미(美)와 자연이 절묘하게 맞았을 때, 어떤 황홀감을 느끼며 카메라를 꺼내든다. 이럴 때 찍는 사진은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수평과 수직 각도를 정확하게 맞춰서 최대한 정직하게 건축과 자연이 만나는 지점을 찍으려고 노력한다.



감각을 선도하고 영감을 주는 곳에는 근사한 카페가 있기 마련이다. 이곳에는 커피 맛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이 있다. 엄마와 나는 종류가 다른 원두로 드립 커피 두 잔을 주문하고, 통창이 있는 자리에 앉았다. 매장을 가득 매운 사람들의 목소리가 백색소음처럼 들렸다. 엄마와 나는 한동안 말없이 각자의 커피 향을 마시며 맛을 음미했다. 진한 코코아 향이 베어나는 진한 커피의 첫맛이 너무 좋아서 저절로 미소가 흘러나왔다. 엄마도 나처럼 미소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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