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칭찬하기
세 번째 심리학 스터디에 참여했다. 이론 학습과 집단 상담이 병행되는 스터디에 점점 묘미를 느끼는 중이다. 세 번째 스터디에서는 로저스 이론을 공부한 후 실습으로 이어졌다. 키워드조차 두리뭉실하게 떠오른 것이 아무래도 이론은 다시 훑어봐야겠다. 간략하게 설명하려고 하려고 해도 머릿속에 정리가 되지 않는다. 사실 이론보다 실습이 더 흥미로웠다. 그래서 실습에 관해 몇 자 적어보는 것으로 오랜만에 브런치를 열었다.
자기 자신을 칭찬하고 싶은 일, 잘하고 있는 일을 각자 30가지를 적어보고 서로 공유해 보는 게 실습 주제였다. 남과 비교해서 내가 잘하는 일을 적는 게 아니라 내가 느끼고 행동하는 것들 중에 자신이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써 내려가야 했다. 이보다 더 어렵게 느껴진 이유는 칭찬 개수였다. 모임 리더는 무조건 30개를 써야만 한다고 했다.
3개도 힘든데, 30개라니
작성 시간 20분 동안 나는 겨우 15번째 칭찬을 쓰고 있었다. 지협적이고 사소한 것들까지 칭찬한 줄로 채워 넣고 더는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아서 멍하니 앉아있었다. 내가 이렇게 나에게 인색했던가? 이런 것도 잘했다고 할 수 있나? 막상 잘한 일을 적어도 이게 잘한 일인지 아닌지 헷갈리기도 했다. 내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마침표를 찍으면 될 일도 혹시 젠체하는 건 아닐까 하고 칭찬 자체 검열을 하고 있었다. 그나마 위안이 된 것은 서른 개의 리스트를 채우는 일이 내게만 버거운 일은 아니었다는 것. 스무 개쯤 적은 다른 모임원도 칭찬할 게 고갈되었다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나를 칭찬하는 게 이토록 힘든 일일 줄이야. 무릇 창작의 고통을 느끼듯 ( 몇 개는 칭찬을 위한 칭찬 같은 뻔뻔함을 비켜 갈 수 없었지만) 서른 개의 칭찬 리스트를 어떻게든 채웠다. 칭찬을 쥐어짜듯 한다는 게 무척 생경했지만 ‘이런 게 부족해. 그러니 더 채워야 해’식의 부정적인 생각을 의식적으로 떼어놓는 연습이 귀중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그리고 쉽게 자기를 책망하는가
스스로 잘했다는 칭찬한 줄 평이 나를 꽤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