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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에 구멍 뚫다가
사람 잡겠네

by 임다희


보쉬(bosh) 해머드릴, 순전히 도구 빨 만 믿고 내가 직접 도전해 보기로 했다. 구멍을 뚫어야 할 자리에 연필로 표기를 하고, 전동드릴에 6mm짜리 콘크리트용 비트를 고정시켰다. 드릴만 잘 지탱한다면 전동드릴의 강력함과 비트의 날카로움으로 단단한 시멘트 벽에 구멍 2개 뚫는 것은 '아마도 식은 죽 먹기'일 거라 상상하며 파워 버튼을 눌렀다.



팔과 손목에 바짝 힘을 주고 드릴이 벽에서 움직이지 않도록 지지했다. 1-2분 정도 버텼더니 벽에서 시멘트 가루가 우수수 떨어진다. 오호라~ 구멍이 뚫리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5분도 안 돼서 팔이 아파진다. 정확히 말하면 팔의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드릴을 멈추고 오른팔에서 왼팔로 바꿨다. 하지만 이내 왼쪽 팔도 힘이 빠지고 오른쪽으로 드릴을 잡고 있을 때보다 손이 더 많이 흔들렸다. 팔 힘만으로는 더 이상 진도가 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상체를 드릴 쪽으로 밀어 몸무게 중심을 앞쪽으로 쏠리게 했다.



오오~ 제자리에 맴돌기만 했던 전동드릴이 앞으로 밀린다!



그런데 이것도 5분도 못 버티겠더라. 들고 있던 드릴을 내려놓았다. 이제 겨우 절반 뚫었는데, 하 어쩌냐.

내동댕이 치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추스르고는 다시 으라차차!! 윗배, 아랫배에 힘을 꽉 주고 드릴을 힘껏 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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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하나 뚫는데 한 30분쯤 씨름을 했던가. 안 쓰던 근육에 젖 먹던 힘을 다했더니 정수리부터 땀이 났다. 이마에서 흐르던 땀이 눈으로 들어가 따가웠다. 최근에 흘려본 땀 중에 가장 많았다. 몸을 앞으로 숙여서 그런지 눈 쪽으로 땀이 계속 흘렀고, 땀을 닦아 내느라 뚫는 작업을 하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층고가 1.5mm 밖에 안 되는 복층 벽 한구석에서 꾸부정한 자세로 작업하려니 더 힘들 수밖에. 플랭크 자세로 버티기 할 때처럼 매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와. 죽을 것 같다. 죽겠는데 화가 났다.



이 정도로 근력이 약해진 거야?
아니면 요령이 부족했나?
아니면 콘크리트 벽에 구멍 뚫는 게 원래부터 만만치 않은 건가?




구멍 두 개 뚫는데, 정확히 한 시간 걸렸다. 옷정리를 하려고 시작한 일이야 어떻게든 끝을 봐야 했다. 주변에 대신 힘을 써줄 만한 사람도 없고, 부탁하느니 그까짓 거 내가 뚫고 만다 하며 의지를 불태웠다. 내가 벌린 일, 내손으로 해결하겠다는 일념 하에 결국 뚫긴 했는데, 머릿속은 하얘졌고, 몸은 흐물흐물 해졌다.


며칠 동안 근육통에 시달릴 것 만 같다. 아이고 팔이야… 배야….


콘크리트 벽에 구멍 뚫다가 사람 잡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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