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에 대한 생각
쉰다. 휴식 중이다. 재충전을 한다는 명목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며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돈을 벌지 않는다. 아주 조금 벌기는 하는데, 불규칙하고 버는 액수도 매우 적다. 잔고는 곧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매달 나가는 대출 이자, 공과금, 보험료, 카드값을 충당하려면 얼른 돈 벌 궁리를 해야 하는데, 나는 이 상황만 의식한 채 적극적으로 매달리지 않는다. 나는 왜 이러는 걸까?
통장 잔고 0원이라는 숫자를 기어코 봐야지만 정신을 차릴 텐가? 대책 없이 살아온 적 없었던 것 같은데 이번 기회에 한번 그렇게 살아보자며 나의 일생에 으름장을 놓는 태세인가? 그렇다면 이 으름장은 무엇을 위한 보상이며 위안일까? 그렇게 살지 않는 나와 그렇게 사는 나 사이의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는 있는 것은 맞다. 그런데 신경이 쓰이고, 불안하지만 못 견디겠기에 싹을 잘라버리고 싶은 만큼 괴롭지는 않다. 불편하지만 엄청 괴롭지만은 않다는 이 지점이 매우 생경할 뿐이다. 어디 기댈 구석이 있는 것도 아닌데, 돈 없이 살 수 없는 이 세상에서, 돈을 목전에 두고 냉정하게 구는 거냐 말이다. 그럴 주제도 아니면서.
당장 해결할 문제를 눈앞에 두고서도 해결할 시점을 재고 있다.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것들을 미루고 또 미루고 있다.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엄청 특별한 일이 되는 일이라도 바라고 있는 걸까? 비현실적인 상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꿈꾸는 있다는 게 참 어리석다. 그렇다. 나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어리석다는 여지를 버려두지 않으려는 나는 왜 이러는 걸까? 알고 봤더니 이건 상상이 아니라 현실 회피 일종의 망상일 뿐인가.
죽지는 않을 거야. 다만 좀 불편해지겠지.
그걸 감수할 수만 있다면, 넌 뭐든지 할 수 있어!
그렇다면 어느 선까지 감수할 수 있을 것 같아?
글쎄...
우선 그것부터 정해야겠다.
플랜을 좀 짜보는 게 어때?
그런데 한 가지만 당부할게.
처음부터 잘하려고 하지 마.
그거야 말로 불가능한 일 일지도 몰라.
네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
main image: Illustration by Mimmo Palad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