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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다희 Oct 04. 2023

나의 마흔 일기

다른 브런치 글을 읽다가 쓴 글

도서관을 가려고 탄 지하철에서 늘 그렇듯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어제 브런치에 올린 글에 눌린 '좋아요' 수를 확인하고,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었다. 추천 연재 글 중 유독 눈에 들어온 글이 있었다. 브런치 북의 제목은 '마흔 일기', 제목만 봐도 글의 저자는 내 또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0대, 30대를 치열하게 살다가 40대가 되면 뭔가 이루게 될 것이라 믿었던 현실과 다른 40대를 마주한 것도 비슷했다.



인생 후반전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제2의 진로를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과 하고 싶은 일이면서 돈이 되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조바심이 이는 것도 할 글자도 빼놓지 않아도 될 만큼 내 마음과 같았다. 그녀의 글을 읽는데, 무거운 짐짝을 등에 메고 홀로 산에 오르다가, 우연히 나와 비슷한 등산객을 만난 것처럼 반갑고 위로받는 마음이 움튼다. 더욱 내 마음을 움켜잡았던 지점은 '알고 있지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주저하는' 이유였다. 



20대, 30대의 삶을 노력으로 채웠는데, 기대한 것에 못 미치는 40대를 맞이했다. 이후의 삶은 전과 다른 삶,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다면 우리는 제2의 인생의 진로 앞에 새로운 노력을 채워야 한다는 출발선에 다시금 서게 된다. 우리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20, 30대 걸쳐 노력에 대한 피 땀 눈물을 이미 한번 경험한 40대는 그때의 열정과 치열함을 다시 불러오려니 버거운 것이다. 노력하는 삶을 살지 않으면 나만 도태될까 봐 걱정하는 마음과 지친 나를 가만히 놔둘 줄 아는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또래들이 곁에 있었다. 이것이 40대가 겪어야 하는 문턱인가. 







그녀의 글을 읽으며 '나의 마흔 일기'를 떠올렸다. 할 말이 많은데 글쓰기를 시작하려니 막막하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요즘 나의 여러 고민 중 하나다. 고시생처럼 어느 고시원에 처박혀서 하루에 8시간씩 강제적으로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도 만들어야 어떻게든 엉덩이 힘으로 쓰려나? 오로지 나의 의지로 해나가려니 번번이 무릎을 굻고 있다. 글쓰기 어렵다는 넋두리는 여기서 멈추고, 


다시 나의 마흔 일기를 쓴다면 어떤 이야기를 채우고 싶은지 간략하게 써보았다. 





요즘 나의 위기는?

무기력 늪에 빠진 걸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재미있게 하면서 인생 후반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우세한데, 몸과 마음은 제자리에서만 맴돌고 있다. 하고 싶은 것보다 하기 싫은 것을 연거푸 떠올린다. 




관심사 & 지속해 갈 것들

-그림, 디자인, 책과 글



나라는 사람은 어떻게 컸고 살았지?

- 사랑 많이 받고 자란 아이: 독보적인 외손녀 

- 성실함과 사소한 재능을 믿고 경쟁을 버틴 아이 : 특수 교육 / 엄마의 뒷바라지, 정신적 지주, 돈 덩어리 

- 진로 고민을 해본 적 없던 아이 : 그림과 디자인. 이 주변을 평생 어슬렁거리며 돈벌이를 할 줄 알았는데....



성장통이란 이런 건가?

- 우물 안의 개구리를 비난하면서 정작 나는 우물 안에만 있으려 했다

- 뒤늦게 찾은 유능함의 의미: 뻣뻣해지고 나서야 유능의 유연함을 깨닫게 됐다 

- 누구나 겪는 마흔이라도 괴로움의 질감은 각각 다르다

- 인생 후반전 시작에 앞서 잠깐의 숨 고르기라고 말하고 매일 불안하다

- 인생 일대 가장 방황하는 순간이라 말하고 싶다



인생 후반전 준비로 몸살 중....

-인생의 전반전 VS 후반전 : 따지고 보니 이렇게 규정짓고 나눠야 하는 구분은 아닌 것 같은데, 자꾸만 선 긋게 된다

-대학교 교양 수업 시간에 들었던 인생의 과업에 대한 덧: 연령대별로 인생에서 이루어야 할 과업으로 나를 대입해 본다면 내 인생은 이미 망했다

-그림 혹은 디자인 일을 영원히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닌데, 왜 손에 잡히지 않는 걸까?

-하기 싫은 일이 아니라 그렇게 일하게 싫었기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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