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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다희 Oct 03. 2023

하루라도 빠짐없이

느끼고 싶은 가을의 문턱


어제 자기 직전에 먹고 잔 쌍화탕과 타이레놀 한 알의 약발은 제대로 먹혔다. 간밤 한 번도 깨지 않고 아침까지 내리 푹 자고 일어났다. 오늘 아침 잔뜩 흐린 하늘을 보니 지난 이틀간 바깥 활동을 했던 게 전혀 아깝지 않았다. 오늘은 하루종일 집에서 차분히 보낼 생각에 알맞게 흐려진 날씨가 오히려 반갑게 느껴질 정도였다. 나의 기분과 컨디션에 따라 맑고 흐린 날씨를 저울질하다니, 나란 인간은 참 얄궂다. 


벌려지지 않는 다리를 찢어가며 스트레칭을 했다.  땅콩모양의 마사지 볼로 양쪽 종아리 알을 열심히 문댄 덕에 하체 뻐근함도 덜 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몸 컨디션이 괜찮다 싶으니, 집에만 있지 말고 가볍게 오후 산책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스르륵 올라왔다.


어쩌면 지금의 정취를 하루라도 빠짐없이 느끼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코끝에 감도는 서늘한 공기의 감촉이 좋다. 여름 내내 짙게 물들었던 녹색 잎들이 저마다의 속도로 순서대로 옅어지는 변화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가을의 문턱을 막 넘긴 10월의 초순, 얼마 못 가서 곧 사라질 가을을 알기에 아쉬움은 더 짙어진다. 정말로 나란 인간은 참 얄궂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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