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풍경

by 다희사랑

대학 시절, 나는 정말 바쁘게 살았다. 강의실과 도서관, 동아리방을 오가며 하루하루를 채워나갔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쉴 틈 없이 돌아갔다. 아침 일찍 일어나 8시 수업에 맞춰 강의실로 달려가고, 오후에는 과제와 팀플에 치이며, 저녁이면 동아리 활동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일주일을 보내고 나면,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쯤은 본가에 들렀다.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부터 마음이 편안해지곤 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어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셨다. "밥은 먹었니?" 하는 어머니의 첫 마디는 언제나 같았다. 어머니가 차려주시는 밥상 앞에 앉으면, 그제야 한 주의 피로가 스르르 풀리곤 했다. 된장찌개 한 숟가락, 김치 한 점에도 집의 온기가 담겨있었다.

하지만 시험기간이 되면 그마저도 사치였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다가오면 캠퍼스는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도서관은 아침 일찍부터 자리를 잡으려는 학생들로 북적였고, 나 역시 그 대열에 합류했다. 열람실 책상 앞에 앉아 교과서와 노트를 펼쳐놓고, 형광펜으로 중요한 부분에 줄을 그으며 밤을 지새웠다. 커피 자판기를 오가는 횟수가 늘어나고, 눈꺼풀은 점점 무거워졌다. 그렇게 시험과 씨름하다 보면 집은 점점 멀어졌다. 어머니께 전화를 드려 "이번 주는 못 갈 것 같아요"라고 말씀드릴 때면, 수화기 너머로 아쉬워하시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바쁜 날들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주말이면 학생식당 문이 닫힌다는 사실이었다. 평일 점심시간이면 학생식당은 북적였다. 3,500원이면 밥 한 공기와 국, 반찬 서너 가지를 먹을 수 있었다. 저렴한 가격 덕분에 우리 같은 학생들에게는 더없이 고마운 곳이었다. 하지만 토요일과 일요일만 되면 그 식당은 굳게 문을 닫았고, 우리는 스스로 끼니를 책임져야 했다.

주말 아침이면 룸메이트와 나는 배달 앱을 열어 메뉴를 고르곤 했다. 스크롤을 내리며 수많은 메뉴를 훑어보는 시간은 의외로 길었다. 치킨을 먹을까, 중국집 짜장면을 시킬까, 아니면 피자를 먹을까. 머리를 맞대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지난주와 같은 메뉴를 주문하곤 했다. "그냥 치킨 시키자"는 말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배달비를 합쳐도 학생식당보다 몇 배나 비쌌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가끔은 기숙사 밖으로 나가 학교 앞 식당 거리를 배회했다. 좁은 골목길 양옆으로 분식집, 중국집, 고깃집, 찌개집들이 줄지어 있었다. 어느 집으로 들어갈까 망설이다가, 익숙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김치찌개 전문점에 들어서면 주인 아주머니가 "또 왔네"라며 웃으시곤 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뚝배기를 앞에 두고 앉으면, 왠지 모를 위안을 얻었다. 뜨거운 국물을 후후 불어 마시며, 일주일간의 피로를 녹여냈다.

밥을 먹고 나면 나는 늘 산책을 했다. 특별한 목적지는 없었다. 그저 걷고 싶어서 걸었다. 학교 뒷산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도 하고, 캠퍼스를 한 바퀴 크게 돌기도 했다. 봄에는 벚꽃이 흩날리는 길을 걸었고, 여름에는 나무 그늘 아래서 잠시 쉬어가곤 했다. 가을이면 낙엽을 밟으며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즐겼고, 겨울에는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정신을 맑게 했다.

걸으면서 나는 그날 하루를 되짚어보았다. 오늘은 무엇을 배웠는지, 어떤 강의가 인상 깊었는지, 친구들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하나하나 떠올리다 보면 작은 순간들이 새록새록 기억났다. 교수님이 해주신 농담에 강의실이 웃음바다가 되었던 일, 과제 때문에 고민하다가 친구에게 도움을 받았던 순간, 도서관에서 우연히 마주친 선배와 나눈 짧은 대화까지도.

그렇게 하나하나 떠올리다 보면 자연스레 감사한 마음이 피어올랐다. 이렇게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부모님의 헌신 덕분에 나는 배움의 기회를 누리고 있었다. 함께 밥 먹을 친구가 있다는 것도 감사했다. 혼자였다면 얼마나 외로웠을까. 룸메이트와 배달음식을 나눠 먹으며 수다를 떨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걸을 수 있는 두 다리가 있다는 것, 이렇게 사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것까지도 새삼 고마웠다.

산책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 나는 한결 가벼운 마음이 되곤 했다. 시험 준비로 쌓였던 스트레스도, 본가에 가지 못한 아쉬움도 조금씩 해소되었다. 방으로 들어가 책상 앞에 다시 앉으면, 공부할 의욕이 다시 생겨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모든 것들이 추억이 되어 피식 웃음이 난다. 학생식당이 문을 닫아 불편하다고 투덜거렸던 주말들, 배달비가 아깝다며 먼 식당까지 걸어갔던 일들, 같은 메뉴만 반복해서 시켜 먹다가 질렸던 순간들. 당시에는 불편하고 답답했던 일들이, 이제는 웃으며 떠올릴 수 있는 소중한 기억이 되었다.

특히 산책하며 감사함을 느꼈던 그 순간들이 가장 그립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돌아보고, 내가 가진 것들에 감사할 수 있었던 여유. 그것이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바쁘다는 핑계로 본가에 가지 못했던 주말들. 하지만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는 법을 배웠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법을 익혔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었다.

그 시절의 나에게, 그리고 함께했던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우리가 함께 나눴던 배달음식, 함께 걸었던 캠퍼스 길, 함께 견뎌낸 시험기간들. 그 모든 순간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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