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은 길

by 다희사랑

대학에 가기 전, 나는 내 꿈이 무엇인지 물어볼 여유가 없었다. 주변 사람들은 넌 무엇이 되고 싶니? 라고 물었지만, 나는 그 질문에 답하는 대신 내가 갈 수 있는 곳이 어딜까? 를 먼저 생각했다. 어쩌면 아무데도 못 가는 것보다는 갈 수 있는 곳을 택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지금도 든다. 그것이 꿈을 좇는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현실과의 타협이었는지, 나는 아직도 확신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렇게 선택한 대학은 내게 예상치 못한 선물을 안겨주었다.

무엇보다 편했던 것은 내가 원하는 시간에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꼭 아침 일찍 일어나 교실로 가지 않아도 되었다. 고등학교 때는 모두가 같은 시간에 같은 곳으로 가야 했다. 아침 8시, 그 시간은 내 몸이 아직 잠에서 덜 깬 시간이었고, 하루를 시작하기에 너무나 버거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달랐다. 내 몸이 가장 편안한 시간을, 내가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선택할 수 있었다. 이 작은 자유가 내게는 너무나 큰 의미였다.

장애가 있어도 내가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늘 할 수 없는 것과 목록을 먼저 떠올리며 살았다. 다른 아이들이 쉽게 하는 일들이 내게는 산처럼 느껴졌고,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세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데 대학은 달랐다. 여기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을 수 있었다. 비록 그 시작이 명확한 꿈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나는 여기 있을 자격이 있었다.

대학 생활은 재미있었다. 처음으로 도전이라는 것을 해본 것 같았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나를 장애가 있는 사람으만 보지 않았다. 같은 수업을 듣고, 같은 과제를 하고, 같은 고민을 나누는 동료로 대해주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도 즐거웠다. 강의실에서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책을 읽으며, 과제를 하며, 나는 조금씩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발견해갔다. 그 과정이 설레기도 했다. 내가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작은 것일지라도 의미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와는 달랐다. 한 곳에 앉아서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라 강의실을 찾아다녀야 했다. 1교시는 인문관, 2교시는 자연과학관, 3교시는 다시 본관. 시간표를 보며 나는 매일 아침 한숨을 쉬었다. 남들에게는 걸어서 10분이면 되는 거리가 나에게는 40분이 걸렸다. 같은 캠퍼스 안을 왔다 갔다 하는 그 시간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 시간이 너무나 억울했다. 왜 나만 이렇게 오래 걸려야 하는지, 왜 나만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지. 다른 학생들이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 때, 나는 숨을 헐떡이며 언덕길을 올라가야 했다. 그들이 친구들과 웃으며 강의실로 향할 때, 나는 혼자 묵묵히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디뎠다. 어떤 날은 지쳐서 교실 문 앞에서 한참을 서 있곤 했다. 숨을 고르고, 다리의 피로를 달래며, 문을 열고 들어갈 준비를 했다.

그 40분의 시간 동안 나는 수많은 감정을 느꼈다. 때로는 짜증이 났다 나는 왜? 강의실이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거야. 왜 엘리베이터는 항상 고장인 거야; 때로는 속상했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쉽게 이동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때로는 그저 담담했다.

그래, 이게 내 삶이야. 받아들이자; 하지만 결국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매번. 포기하지 않았다. 지각을 하더라도, 땀을 흘리며 들어가더라도, 나는 그 문을 열었다.

어느 날, 비가 왔다. 우산을 쓰고 걷는 것은 더욱 힘들었다. 한 손으로 우산을 들고, 다른 손으로 가방을 메고, 미끄러운 길을 조심조심 걸었다. 그날따라 길이 더 멀게 느껴졌다. 중간에 멈춰 서서 숨을 고르는데, 한 선배가 다가왔다. 괜찮아요? 제가 우산 들어드릴까요?; 그 짧은 한마디에 목이 메었다. 나는 괜찮습니다. 라고 대답했지만, 그 선배는 함께 걸어주었다. 그날의 40분은 조금 덜 외로웠다.

학기가 지나면서 나는 조금씩 변했다. 40분의 길을 걸으며 나는 캠퍼스의 구석구석을 알게 되었다. 어느 건물 뒤편에 벤치가 있는지, 어느 길이 경사가 덜한지, 어느 시간에 사람이 적은지. 그 길은 나만의 지도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그 길을 걸으며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 배운 것들에 대해, 과제에 대해,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40분은 더 이상 잃어버린 시간이 아니라,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그 40분의 길은 단순히 강의실로 가는 길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것은 내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길이기도 했다. 꿈이 무엇인지 몰라도, 갈 곳이 정해지지 않았어도, 나는 그렇게 한 발 한 발 내딛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힘들어도 계속 걸을 수 있다는 것을, 때로는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걸어온 길이 결국 나를 어딘가로 데려다줄 것이라는 것을.

지금도 나는 내 꿈이 정확히 무엇인지 확신하지 못한다. 친구들이 ;졸업하면 뭐 할 거야? 라고 물으면, 나는 여전히 명확한 답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예전처럼 불안하지는 않다. 대학에서의 그 시간들이 내게 가르쳐준 것이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목적지가 아니라 그곳으로 가는 과정이라는 것, 그리고 내가 선택한 길이 아무리 힘들어도 그것을 걸어가는 것은 나 자신이라는 것.

가끔 선배들이 나를 보고 물어온다. ;힘들지 않으세요?; 나는 솔직하게 대답한다. ;힘들어요. 하지만 할 만해요; 그리고 덧붙인다;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도착하게 되더라고요; 그 말을 하며 나는 내가 걸어온 길을 떠올린다. 수없이 지쳤던 그 40분의 길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문을 열었던 나를.

40분의 길은 여전히 40분이다. 시간이 지나도 거리는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 길을 걸으면서 조금씩 나를 발견해가고 있다. 내가 얼마나 강한지, 내가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그 답들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보이기 시작한다. 40분의 길 끝에서 나를 기다리는 것은 강의실만이 아니다. 그곳에는 조금 더 단단해진 나, 조금 더 성장한 나, 조금 더 나다운 내가 있다.

오늘도 나는 걷는다. 40분의 길을. 어제와 같은 길이지만, 오늘의 나는 어제와 조금 다르다. 그리고 내일의 나는 오늘보다 조금 더 나아질 것이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꿈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지만, 나는 지금 내 길을 걷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나의 꿈을 향해 가는 길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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