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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스 Mar 26. 2024

지는 연습

경찰 출동 안 합니다.

독서는 즐겁다.

독서는 나의 취미이자 특기다.


독서논술 수업을 시작한 지도 벌써 17년째다. 그전에 과외나 영어강사 한 것까지 합하면 아이들과 수업 한 햇수가 25년을 훌쩍 넘는다.


독서 논술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2~3개월마다 한 번씩 보드게임을 하게 해 준다. 열심히 수업책을 읽어오고 2주에 한 번씩 어려운 긴 글쓰기를 해내는 학생들의 수고에 대한 보상이다. 몇몇 학생들은 보드게임이라는 보상이 너무 달콤했나 보다. 그 보상을 위해 빡빡한 몇 주간의 수업을 견뎌낸다. 물론 순수하게 책을 좋아하고 수업 자체를 즐기는 학생도 다수다. 내가 과학을 좋아해서인지 내 수업에는 과학영재나 수학을 잘하는 학생들이  많다. 유독  영재들이 보드게임도 열광적으로 좋아한다.  노는 걸 좋아하는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보드게임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꿀잼 시간이다.

그 귀한 시간에 가끔 눈물을 흘리거나 삐지는 학생이 있다. 수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학생들 중에서 말이다. 보드게임은 주사위를 던져서 나오는 운도 필요하지만 말을 잘 움직여야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어리고 여린 학생들은 자기 말이 죽었다고 울기다. '비바 토퍼'는 쥐가 고양이를 피해 치즈를 많이 먹어야 이기는 게임이다. 자신의 쥐(말)가 고양이에게 잡히자 속상했던 모양이다.

나만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질 것 같으면 토라져서 "선생님 이 게임 재미없어요."라던가 "그만할래요. 전  하면 안 돼요?" 라며 친구들의 열띤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다. 그럴 때 하는 말이 있다. "지면 어때? 어차피 재미있으려고 하는 거야!"

아예 게임 시작 전에 칠판에 '지면 어때! 재미있게 하자!'라고 쓰고 큰소리로 복창을 시킨다. "여러분 지면 경찰 출동합니까? 져도 경찰 오지 않습니다. 큰일 나지 않습니다"라고 안심시킨다. 아이들은 경찰 얘기에 재밌다고 까르르  웃음을 터트린다. "쿨하게 집시다" 라며 인성 교육(?)으로 연결시킨다.
보드게임은 재미뿐만 아니라 때로는 양보하고 때로는 내 입장을 주장하면서 사회성도 좋아지게 한다.
놀이를 통해 지는 연습 또한 할 수 있다.


아동 발달 연구자 지니 킴은 회복탄력성을 좌우하는 5가지 요인 중  ‘타고난 기질’만을 바꿀 수 없을 뿐, 나머지 4개 요인인 ‘자존감’, ‘대인관계’, ‘소통능력’, ‘대처능력’은 부모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길러줄 수 있다고 봤다.


승승장구 이기기만 하는 사람이 있을까?
인생을 살면서 질 때도 많고 실수나 실패할 때도 많다. 그때마다  절망하고 포기할 것인가.

힘들겠지만 마음을 추스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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